김우중 “뚜껑 열어 보니” 별 볼일 없네
소리만 요란 “짜고 친 고스톱인가?”

5년8개월 도피 행적도 세간 관심 집중

2005-06-20     파이낸셜투데이

검찰, 출국배경도 수사대상…“시간 갖고 조사할 것”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해외도피 행각이 자진출국에 의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데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김 전 회장은 1999년 10월17일 출국해 중국 옌타이 부품공장 준공식 참석 직후 현지에서 곧바로 잠적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흘만인 10월20일 귀국했다가 하루 만에 쫓기듯 출국한 사실이 새롭게 확인되면서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이 급하게 출국한 것은 당시 정권 차원의 출국 권유가 집중됐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다.김 전 회장은 당초 자신의 해외도피 배경과 관련해 “채권단과 임원진의 권유로 출국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도 종전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대검 주변에서는 김 전 회장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채권단이 출국을 권유했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채권단측 반응을 접한 뒤에도 여전히 채권단과 임원진의 권유로 출국하게 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5년8개월에 걸친 김 전 회장의 도피 행적도 세간의 관심이 되고 있다.그는 도피하는 동안 세계 각국에 퍼져 있는 사업상 지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초반에는 주로 유럽, 후반에는 동남아에 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김 전 회장 측근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그는 출국이후 그 해 연말까지 유럽을 돌며 해외 파트너들을 만나 사업 활동을 계속했다.그러던 중 갑자기 건강이 나빠져 정밀 검진을 받고 곧바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병원에 입원했다. 이곳에서 심장수술 등을 받고 9개월간 요양하며 지냈다. 그는 그 후에도 지병인 장 폐색으로 2001년과 2003년 태국에서, 2003년과 2004년에는 프랑스 등에서 수술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독일로 찾아오겠다는 가족의 뜻을 전달받은 그는 초라한 거처와 환자인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프랑스 니스에 있는 지인의 저택으로 거처를 옮기기도 했다.

니스에 잠시 머물던 그는 2000년 10월께 아프리카 수단으로 가 7개월 정도 체류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체류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다시 유럽을 거쳐 2001년 하반기부터는 태국에 머물게 된다.김 전 회장이 이렇듯 유럽에서 동남아로 거처를 옮긴 것은 유럽의 비싼 의료비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이후 2003년 무렵 베트남으로 옮겨간 뒤에는 하노이 신도시 개발 자문을 맡는 등 주로 베트남을 거점으로 태국과 유럽을 오갔고 올 2월부터는 계속 베트남에 머물다 지난 14일 귀국했다.사실 김 전 회장의 출국배경과 관련된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은 대우그룹이 몰락한 국민의 정부 말기인 2003년 1월이었다.당시 김 전 회장은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과 인터뷰를 했고 이 내용이 자세히 소개되면서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것이다.김씨는 이 인터뷰를 통해 “한국을 떠난 것은 검찰 수사를 피하려는 게 아니었다”며 “당시 정부 고위관리들이 대우 몰락에 대한 사법적 책임을 면하고 귀국 후 자동차회사를 경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출국을 설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또 “김대중 대통령도 직접 전화를 걸어 워크아웃 전에 잠시 떠나 있으라고 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그 당시에는 김 전 회장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자기방어를 위한 변명이라고 의심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야당 일각에서 국정조사 움직임을 보였지만 청와대의 강력한 부인에다 여론도 김 전 회장에 우호적이지 않아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그러나 출국 의혹이 다시 불거진 것은 김 전 회장이 귀국 후 검찰 조사에서 “`당시 채권단과 임직원이 대우그룹을 정리하려는데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잠깐 나가 있어 달라’는 권유를 수용했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다.채권단측에서는 이와 관련, 김 전 회장의 진술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강하게 부인하고 나왔다.그러나 김 전 회장의 최측근이 “김 전 회장이 출국한 것은 당시 권력의 실세가 최고위층의 뜻이라면서 잠시 외국에 나가 있으라고 했기 때문”이라며 “왜 채권단과 임직원의 권유로 출국했다고 진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더욱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김 전 회장이 10월20일 국내에 정상적으로 들어왔다가 다음날 쫓기듯이 급히 해외로 유랑길에 나섰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다.당시 권력 실세가 김 전 회장의 출국을 사실상 강요했기 때문에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출국할 수 밖에 없었다는 추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여기다 과연 김 전 회장을 움직인 권력 실세가 누구냐를 놓고 온갖 추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현재까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에 속하는 인물이거나 당시 대우그룹 사태의 실무를 담당했던 경제 고위관료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게 떠돌고 있다.대검은 이와 관련, 김 전 회장의 출국배경은 대우그룹이 해체되는 과정과 연결돼 있는 만큼 향후 분식회계나 사기대출 등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를 1차로 수사해 기소한 뒤 출국배경 등을 놓고 심층적으로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일각의 주장처럼 김 전 회장이 당시 권력층으로부터 사법처리를 피하는 조건으로 해외 출국을 강요 내지 권유를 받았다면 형법상 범인도피죄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그러나 범인도피죄의 공소시효는 3년이어서 설령 진상이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처벌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당시 대우그룹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경제 관료 등의 정책 결정 과정을 현 단계에서 수사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진상이 밝혀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가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의견이 점차 세를 얻어가고 있다.                         홍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