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코로나19 이후
2021-03-19 매일일보
며칠 전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코로나19 사태를 “인류의 비극”이라고 규정하고 하나 된 힘으로 극복해 나가자고 약속했다. 특히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에 기대되던 성장 수준 복원만이 아니라 보다 강력한 미래 성장의 기반을 지어야 한다”고 결의하기도 했다. 눈앞에 닥친 현실의 공포에 짓눌리지 않고 오히려 코로나19 이후 보다 밝은 미래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류는 수차례 감염병이 몰고 온 파괴적 재앙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인류는 이에 굴하지 않고 문명을 발전시켜왔다. 문화와 예술의 역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멀리 중세시대 흑사병은 마치 현재의 코로나19처럼 이탈리아 등 유럽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당시 흑사병이 휩쓸고 지나간 유럽은 말 그대로 죽음의 대지였다고 한다. 걸렸다하면 10명 중 9명이 죽어나갔고 사람들은 죽음을 피해 도시를 떠나 피신했지만 유럽 인구의 절반이 사라지는 참혹한 결과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이겨낸 뒤 르네상스 시대를 활짝 열며 근대문명의 꽃을 피웠다.
가까이 100여 년 전에는 스페인 독감이 지구촌을 휩쓸었다. 1918년부터 3년간 스페인 독감이 전 세계를 휩쓰는 동안 당시 세계인구 8억~12억명 가운데 6억명이 감염됐고, 4000만~1억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50만~67만명, 영국에서 25만명, 프랑스에서 40만명, 인도에서 1700만명, 일본에서 39만명, 한국에서도 14만명이 숨졌으며 심지어 남태평양 외딴 섬인 피지에서도 인구의 14%가 죽었다고 하니 가히 재앙 중의 재앙이었다. 그러나 결국 인류는 굴하지 않고 현대문명을 발전시켜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는 마치 문명이 후퇴한 듯한 일상을 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문화산업 종사자들에게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 문화 산업 종사자 개인이나 일개 단체가 감당하기 쉽지 않은 고난이다. 영화관은 텅 비었으며 공연장을 찾는 발길도 거의 끊겼다. 아니 애초 공연이나 전시를 여는 일 자체가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일상의 스트레스를 주말 영화 감상으로 풀던 것도, 공연장의 활력에 에너지를 재충전하던 일도 이제 옛일이 돼가고 있다.
뿐만 아니다. ‘유로 2020’이 1년 연기되면서 축구팬들은 삶의 낙 하나가 사라졌다. 2020 남미축구선수권대회도 내년 여름으로 미뤄졌다. 챔피언스 리그·유로파 리그는 어찌될지 불투명하다. 야구팬들의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메이저리그(MLB) 개막은 빨라야 5월 중순이 돼야 가능하다고 한다. 이마저도 미국 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고 했을 때 이야기다.
그러나 이제까지 그래왔듯 인류는 이번 위기를 이겨낼 것이다. 그리고 더욱 강해질 것이다. 흑사병이 지나간 뒤 의학과 과학, 학문과 예술이 발전했던 것처럼 코로나19를 이겨낸 경험은 우리의 문화와 예술, 학문과 이성을 더욱 강하게 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