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코로나 뉴노멀
2020-03-24 송병형 기자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한창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잠복기를 고려해 집단감염 확산세를 눌러보자는 취지다. 단체모임을 중단하고 사람 많은 곳도 피하고 있지만 ‘과연 2주만 이렇게 노력하면 코로나 사태가 끝날까’라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일단 국내 확진자 증가세가 문제다. 신천지발 대량 확진자가 빠지고 나니 한 고비 넘긴 느낌이지만 따지고 보면 ‘착시 현상’에 다름 아니다. 신천지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대구경북 지역을 빼고 그린 확진자 그래프는 완만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우상향 추세다. 3월말 또는 4월초에 정점을 찍고 내려간다고 하더라도 4월 내내 바이러스의 위협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로는 역부족이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보자면 조기 종식 희망은 더 멀어진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은 마치 중세 유럽을 휩쓴 흑사병을 연상시킨다. 대서양 맞은 편 미국에서는 뉴욕시와 뉴욕주를 중심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럽 못지않은 속도로 확산 중이다.
이미 20년 전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완성한 인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과거 페스트균처럼 여전히 강적이다. 의료계에서는 ‘설령 치료제가 개발되어도 중증환자에 대한 폐렴 치료가 주된 역할이지 타미플루(신종플루 치료제)와 같은 약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백신 개발 역시 난망’이라는 말이 나온다.
백신이나 치료제와 별개로 사회 시스템도 문제다. 인류 문명을 대표하는 유럽과 미국조차 의료시스템의 비효율로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프리카 등 후진국을 휩쓴다면 풍토병으로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바이러스가 지구촌을 돌고 돌면서 계속해 인류를 위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의료계에서 ‘일상이 된 코로나19의 위험을 인정하고 뉴노멀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2주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조기 종식은 ‘희망 고문’이며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문제를 ‘높은 시민의식’에 기댈 수는 없다. 코로나19와의 장기전이 현실화될 경우 당장 우리 사회에서도 사재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화장지 사재기’가 극성이다. 본인 스스로도 왜 화장지를 집에 쌓아두어야 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장기화에 대한 공포가 ‘화장지 사재기’라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야기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조기 종식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있다면 벌어지지 않을 일이라는 것이다.
왜 식량이 아니고 화장지냐고 의아해할 일이지만 막상 장기화 사태가 닥친다면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부피가 큰 만큼 마트 진열대에서 화장지 꾸러미들이 빠져나가 휑해진 빈자리는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기 충분하다. 화장지에서 시작한 사재기는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보다 작은 부피의 다른 일상용품으로 번져가지 않겠는가. 그리고 사재기는 우리 사회에서 벌어질지 모를 수많은 혼란상의 하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