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병 재보선…‘安風’은 없다

안철수 vs 허준영 ‘초박빙’…김지선 단일화·이동섭 무소속 출마 여부 변수

2013-03-28     고수정 기자

[매일일보 고수정 기자] ‘안철수 대세론’이 무너졌다. 민주통합당이 노원병 무공천을 선언했음에도 그렇다. 핵심 지지층의 연령대와 투표율 등을 감안하면 박빙 승리도 어려운 상황이다. 귀국 이후 ‘단일화’ 프레임에 거부감을 누누이 밝혀온 안 후보 측은 ‘단일화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분위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26일 노원병 유권자 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유선전화 KT와 RDD 자동응답방식, 95% 신뢰수준에 ±4.36%p)에서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가 38.1%의 지지율로 37.4%를 얻은 무소속 안쳘수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와 통합진보당 정태흥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10.5%, 1.7%였다.

같은 날 리얼미터가 노원병 유권자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 38.8%, 허 후보 32.8%로, 안 후보가 6%p 앞섰지만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는 오차 범위 내 격차였다. 이 조사에서 김 후보는 8.4%, 정 후보는 6.1%를 각각 기록했다.(RDD:유선전화 임의 걸기 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7%p)

앞서 통합진보당이 지난 23일 사회동향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유권자 1,017명, 유선전화 RDD 자동응답방식, 95% 신뢰수준에 ±3.1%p)에서도 허 후보는 36.4%로 36.0%를 기록한 안 후보 0.4%p 차이로 앞섰다. 김 후보는 10.8%, 정 후보 4.9%였다.

서울 노원병 4·24 재보궐선거의 최대 화두는 단연 ‘안철수’ 였다. 안철수 후보가 여의도 입성의 발판을 노원병으로 삼으면서 무난한 승리로 끝을 맺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본 결과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와 지지율이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제껏 제기돼 온 ‘안철수 대세론’의 힘이 빠지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는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지난해 ‘안풍’을 일으키며 대선후보로 도약, 대선판을 뜨겁게 달군 안 후보의 정치적 무게감에 더해 노원병 표심이 그간 ‘야성’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선 당시 노원병 선거에서는 야권 단일화에 성공한 노회찬 후보가 57.2%를 득표, 압도적으로 승리한 바 있기 때문에 정치권은 안 후보의 승리 여부에 관심을 두기보다 정치 데뷔 현실화 이후 펼쳐질 야권의 정치지형 변화, 민주통합당과의 관계 설정 등에 신경을 쏟았다.

하지만 ‘안철수 대항마’로 급부상한 허 후보로 인해 노원병의 판세는 반전되는 분위기다. 인지도 면에서는 안 후보가 월등히 앞서지만 투표율이 낮은 재보선에선 조직력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허 후보가 ‘박빙 우세’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 핵심당직자는 28일 “자체 여론조사 결과 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두 사람 모두 30%대의 지지율로, 허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허 후보의 ‘지역일꾼론’과 함께 중앙당 차원의 조직력을 총동원, 안 후보를 꺾겠다는 각오다. 동시에 ‘안철수 거품론’을 집중 제기하면서 안 후보와의 관계를 의식해 노원병 무공천을 결정한 민주당에 대공세를 이어가는 것도 ‘안철수 대세론’ 자체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복안으로 읽힌다.

안 후보는 지난 27일 보도전문채널 뉴스Y ‘출근길 인터뷰’에 출연, “투표율이 낮은 재보선이기 때문에 정당조직이 없는 무소속 후보는 굉장히 힘들다”고 말했는데, 현재 판세는 조직력은커녕 바람도 불지않는 상황이다.

난국을 타개할 유일한 대책은 정의당 김지선 후보와의 단일화 밖에 없다. 김 후보 지지율이 10%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단일화는 초반 판세를 흔들 변수로 꼽히고 양쪽 모두 단일화 가능성을 닫아놓지는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단일화가 성사된다 하더라도 승패를 가늠하기는 시기상조이다. 일각에서 선거 때만 되면 ‘단일화’에 나서는 야권의 행태에 대한 거부감도 일정부분 표출되고 있는데다가 10년간 지역을 일궈온 민주당 이동섭 노원병지역위원장이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28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지자들이 무소속 출마를 계속 요구한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라는 의견이 반, 출마하지 말라는 의견이 반”이라고 전했고, 전날 다른 매체 인터뷰에선 “내가 무소속으로 나가면 안 후보는 당연히 떨어진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그는 “수차례 양보한 데다가 이번에도 희생을 당하니 지지자들이 화가 났다”며 “오는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열릴 노원병 상무위원회와 대의원대회를 통해 당원들의 의견을 물어 출마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