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인선대국민사과, ‘지지율하락’ 때문에?

장관급 인선 마무리… 당선 100일 새출발 의지피력

2014-03-31     김영욱 기자

[매일일보] 청와대가 지난달 30일 허태열 비서실장 명의로 장·차관 후보자 6명이 낙마한 인사 문제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인사검증 강화를 약속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여당까지 가세한 사과 요구와 여론 악화에 대해 "불가항력적이었다"는 변명으로만 일관하기에는 상황이 너무나 엄혹하기 때문이다.일단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여론조사 기관별로 차이는 있지만 한국갤럽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41%로 지난주 44%에 비해 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칫 40%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낙마 인사들에게 제기된 의혹들이 부동산 투기, 무기중개상 로비스트, 성접대 의혹 그리고 해외 비자금 계좌 논란 등 도덕성과 공직자 윤리 측면에서 낙제점을 받을 사안들이었다는 점이 지지율 하락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원칙과 신뢰’를 자신의 모토로 내세운 것과도 상당히 동떨어진 모습이었다.또 새 정부의 발목을 잡은 장·차관급 인사와 관련한 논란을 하루빨리 털어내야만 1일부터 본격적으로 ‘민생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 직전 공정거래위원장에 노대래 전 방위사업청장을 내정함으로써 장관급 인선도 마무리지었다.토요일에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인선을 발표한 것은 당선 100일째가 되는 이날 오후 열린 새정부 첫 고위 당정청 회의가 ‘박근혜 대통령의 민생 드라이브’의 첫걸음인 만큼, 그 이전에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논란을 마무리짓겠다는 생각을 박 대통령이 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이와 함께 인사실패에 대한 여당의 불만도 청와대로서는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가뜩이나 정부가 늦게 출범한 상황에서 140개 국정과제를 차질없이 처리하기 위해서는 입법화와 예산 확보 등에서 여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인데도 여당내 친박(친박근혜)계 조차도 인사 문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최악의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허태열 비서실장이 이날 과천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대통령은 140개 국정과제를 책정해 어떻게 하면 국정과제가 조기 가시화되고 성공적으로 구현하느냐에 대해 노심초사하고 있다”면서 “국회 입법이나 예산안 문제는 당과 국회의 협조 없이는 어느 것도 이룩할 수 없다는 이런 현실에 대해서도 저희들이 충분히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다만 허태열 비서실장의 대국민 사과를 김행 대변인이 ‘대독’한 정도로 장차관 인사와 관련된 부정적 여론이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박 대통령이 직접 유감 표명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진정한 반성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청와대의 바람대로 논란이 이내 잦아들지는 예단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당장 민주당이 김현 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변인이 비서실장의 사과문을 대독한 것은 또 다른 오기”라며 “박 대통령은 더이상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지 말고 직접 국민에게 사과하고 비서실장, 민정수석에게 인사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한데서도 이런 기류가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