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사회적 거리두기 결말이 불안한 이유
2021-04-01 전지현 기자
[매일일보 전지현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재택근무를 시행하던 기업들이 비대면 근무 가능성을 높게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재택근무를 정착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가치를 우선시하는 밀레니엄세대들이 사회적 주도권을 가질 머지않은 미래의 기업, 가족, 사회에선 개인화가 더 심화될 것이다.”
대학시절 은사가 최근 안부전화를 통해 전한 생각이었다. 개인의견으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그의 말이 뇌리에 꽂힌 데는 최근 밀레니엄세대와 소통 고민이 커진 탓이었다.
기성세대, 꼰대. 나와는 상관없는 단어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담배를 하도 펴서 살도 찌지 않는 부장, 본인만의 생각이 강해 팀원들 의견조차 듣지 않는 팀장 등 특정 인물, 특정 성향을 가진 이들이 단어 속 주인공이라 여겼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나는 그 안에 있었다. “기자 생활 2‧3년차엔 일상생활 모든 것이 아이템으로 보였고 밤새 필사도 했는데, 너희는 뭐니”, “하라면 해야지 말이 많아. 나 때완 달라”. 이 말들을 입버릇처럼 내뱉던 자신을 거울 속에서 발견하기 전까지 그랬다.
공부했다. 밀레니엄세대 가치관을 담은 서적을 찾았고, 인사담당자들에게 취재를 핑계로 물으며 그들과 소통하는 법을 쫓았다. 하지만 기성세대란 내가 살던 시대문화 같은 것이었고, 꼰대는 해당세대에 속한 사람을 향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즉, 세대간 격차였던 것이다.
결국 난 그냥 꼰대로 살기로 했다. 후배들 생각에 귀 기울여 만든 상황은 내게 맞지 않는 옷이었고, 팀을 이끌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밀레니엄세대들은 감성을 추구하면서도 이성적인 부분이 강해 개인주의 성향이 크다는 점이었다.
밀레니엄세대보다 10년 젊은 세대들은 개인화가 더 심했다. 학원에서 중학생 교사로 일하는 한 지인은 최근 사생활 침해 기준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공부를 잘하던 A학생의 성적하락 배경을 알아보려다 진땀을 뺐다고 했다.
친구인 B학생에게 이유를 물었는데 사실을 안 A학생이 찾아와 ‘남 일을 캐묻고 다닌다’며 소리친 것이었다. 당시 학원장도 있던 터라 사태수습에 곤욕을 치룬 뒤 강습에만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10대들은 인간적 관계조차 원치 않는다며 씁쓸해 했다.
이런 변화 속 코로나19는 비대면 근무화 정착 가능성을 내비추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장소와 시간 구애 없이 일하는 ‘텔레워크’가 활성화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공유오피스 시장이 커지고 있다. 사무실에 옹기종기 모여 근무하는 형태가 유연한 근로환경과 생산성 향상에 통근시간도 단축하는 방식으로 옮겨갈 근무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봉착한 기업들은 현금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각종 비용을 줄이고 있다. 확대해석하면 재택근무 가능성을 엿본 기업들은 훗날 임대료나 사무실 집기 등에 소요된 비용도 아쉬워할 수 있다.
선배와 술 한잔을 기울이고 커피 한잔을 마시며 집안일을 상담하고, 상사와의 관계개선 노하우를 배웠던 것이 오늘날 40대 조직문화였다. 하지만 우리는 세대간 격차로 후배들과 기준점을 찾지 못하는 중이다. 10년 뒤 지금의 10대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땐, 우린 또 어떻게 그들과 소통해야 할까. 오늘의 40대는 코로나19로 정착될 수 있을 훗날의 비대면 근무화가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