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심에 짓눌렸던 증시...2분기도 신중론 일색
반등 흐름 꺾인 한·미 증시...4월 첫날 일제히 하락 마감
코로나19 진정되도 실물지표 빨간불...하방압력 불가피
2020-04-01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지난달 ‘패닉’ 상태를 맞았던 국내외 증시가 새로운 분기에 접어들어서도 우려감이 가득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직접적 영향은 줄겠지만 지난 3월의 경기부진이 각 기업 실적에서 ‘숫자’로 드러나기 시작하는 만큼 투자 변동성은 여전히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 예고하듯 1일 코스피 지수는 장 후반 급락하며 1700선이 붕괴됐다. 코로나19 공포 심리 부각으로 뉴욕 선물이 급락한 영향으로 보인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69.18p(3.94%) 내린 1685.46으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17.23p(3.03%) 하락한 551.84로 장을 마치며 7거래일만에 하락 전환했다.
반등 국면을 보이던 증시가 2분기 첫날부터 낙폭을 키우자 4월 증시도 변동성이 커질 거란 전망이다 따라나온다. 지난달에도 국내 증시는 금융위기 수준의 낙폭을 기록하며 최악의 분기를 보냈다.
무엇보다 외국인들의 이탈 현상이 뚜렷했다. 1월 2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1분기동안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총 15조5645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들은 3월 한달에만 코스피 시장에서 13조원 가까이 팔면서 이탈 행렬을 보였다. 지난달 외국인은 12조5547억원 순매도했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순매도세다. 이전까지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매도가 있었던 달은 2007년 8월로 8조7036억원의 매도세가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있었던 2008년 10월에도 외국인의 매도세는 4조원 수준에 불과했다.
국내 증시에 중요한 변수가 되는 미국 뉴욕증시도 최악의 1분기를 보낸건 마찬가지다. 이날은 이틀 연속 랠리에 실패하면서 3대 지수가 모두 하락했다.
31일(현지시각)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410.32포인트(1.84%) 떨어진 2만1917.16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2.06포인트(1.60%) 내린 2584.5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74.05포인트(0.95%) 하락한 7700.10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 확산으로 뉴욕 증시도 지난 1분기 전례없던 위기를 맞았다. 다우와 S&P는 1분기 각각 23.2%, 20% 추락했다. 특히 다우의 1분기 손실폭은 1987년 이후 33년 만에 가장 컸다. S&P의 1분기 손실은 2008년 이후 최대다.
극심한 변동성은 다소 줄었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미국에서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투자심리를 짓눌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뉴욕의 누적 확진자는 7만6000명을 넘어 최초 발병지인 중국 후베이성보다 많아졌다. 미국 전역에서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도 3393명으로 중국을 제쳤다.
폭락하는 유가도 증시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이날 2% 반등했지만, 1분기 전체로 보면 66% 폭락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는 ‘신중론’이 대세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된다면 많은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으며, 이런 고민들은 선진국의 신규 확진자가 고점에서 내려오는 4월 중순 이후부터 본격화 될 것”이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단면역을 제한적으로 절충하는 전략이 대안으로 채택될 수 있겠지만 결론이 나기까지 논란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월 증시는 경기침체 공포에 압도된 투자심리가 진정되며 회복을 시도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본격적으로 코로나19가 실물경제에 가한 충격과 마주해 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4월 주식시장은 급등락 양상이 연장될 가능성에 대비한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이 실물지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PMI)가 큰 폭 오르고, 미국 3월 소비자신뢰지수도 시장 예상보다 하락 폭이 적었지만 코로나19의 영향이 국내외 경제 지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일 통계청이 집계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생산은 광공업, 서비스업, 건설업 등에서 일제히 생산이 줄어 전월대비 3.5% 감소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광공업과 서비스업 생산 모두 부진하며, 2월 전산업생산도 전월비 큰 폭 둔화했다"며 "2월에 이어 3월에도 코로나 충격이 지속하면서 1분기 국내 GDP는 전기비 3.3% 감소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