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언론플레이’ 곳곳서 아마추어리즘

한쪽에선 엠바고 요청 다른 쪽에선 버젓이 공개

2014-04-01     김영욱 기자
[매일일보] 청와대가 새 정부 출범이후 대 언론정책에서 아직도 곳곳에서 미숙함을 드러내고 있어 아마추어리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잇다.청와대는 지난달 29일 인사위원회를 통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 유엔 대사 인선안을 확정했다.인선 사실을 안 일부 매체가 취재를 통해 중국 대사에 권영세 전 의원이 내정됐고 미국과 일본 대사에는 외교관료 출신이 내정됐다고 보도했다.이에 청와대 대변인 명의의 서면 브리핑에서 “외교관 인사는 상대국의 아그레망(동의절차)을 받을 때까지 포괄적 엠바고를 적용하는 것이 관례였다”며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엠바고(보도유예 시점) 협조를 부탁했다.권영세 전 의원의 중국 대사 내정 사실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시했다.서면 브리핑에는 기자들에게 엠바고를 요청하는 차원에서 중국 대사 내정자 뿐 아니라 미국 대사, 일본 대사 내정자 명단은 물론 러시아 대사와 유엔 대사는 유임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문제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만 공개돼야 할 민감한 내용이 담긴 서면브리핑이 국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청와대 블로그에 그대로 실렸다는 점이다. 서면브리핑이 청와대 블로그에 그대로 올려지는 시스템을 숙지하지 못한 때문이다.결국 국민들에게 보란듯이 주요국 대사 내정 사실을 공표하면서 기자들에게는 엠바고를 요청한 셈이 됐다.비슷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보통 대통령의 외부 일정은 경호 문제로 인해 일절 보도할 수 없다. 취재 편의를 위해 제공된 대통령 일정을 사전에 보도한 경우 출입정지 등의 징계를 받는다.하지만 지난달 26일 천안함 3주기 추도식과 관련해 청와대 대변인이 추도식 며칠 전에 공식 브리핑을 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추도식 참석 사실을 발표했다.그렇지만 요즘 청와대의 브리핑은 각종 방송을 통해 거의 생중계, 청와대 움직임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천안함 추도식에 대통령이 온다는 사실을 며칠전에 알 수 있었다. 보도 자제를 요청하면서 스스로 이를 깼던 것이다.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은 최고의 엘리트들에 의해서 보좌를 받는다. 각 부처에서 파견되는 공무원도 그렇고 정치권 등에서 참여하는 정무직들도 각 방면의 전문가들이다.새정부 출범 한 달이 지났지만 최고의 엘리트들이 아마추어리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한편 박근혜 정부 들어 부쩍 많아진 주말의 정치 행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새 정부의 주요 인선 발표를 포함해 중요한 정치 일정이 주요 일간지들이 휴간하는 주말에 진행되고 있어 혹여 있을지도 모르는 발표에 따른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 하기 위한 ‘궁여지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잇단 장·차관급 고위공직자 내정자의 낙마에 따른 ‘인사 참사’와 관련해 허태열 비서실장의 사과를 주요 일간지들이 휴무하는 토요일인 지난달 30일 오전 갑작스럽게 발표했다.

이날 청와대 대변인실이 출입기자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문자메시지로 알린 시각은 발표 20여분 전이다.

메시지 내용도 ‘금일 오전 11시 30분 현안 관련 대변인 브리핑 예정’으로만 돼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발표할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남재준 국정원장과 신제윤 금융위원장,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의 인선이 발표된 시점도 토요일인 지난달 2일이다. 더구나 이날은 3·1절 연휴까지 겹쳐 있던 날이다. 이날도 발표 1시간을 남겨 두고 공지가 됐다.

국정원장 등 주요 권력기관장의 인선을 주말에 예고도 없이 발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와 관련, 당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이 토요일 주말이지만 언론에서도 충분히 이해해 주길 당부드린다”며 “국가 안보사항과 경제 동향을 비롯한 국정 운영이 차질없이 진행돼야 하기에 인사 문제는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화급하다는 판단에 따라서 오늘 발표를 하게 됐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에도 국무총리와 청와대 경호실장,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를 설 연휴 하루 전인 지난 2월 8일에 전격 발표해 논란을 빚었다.

김용준 초대 국무총리 내정자의 중도하차로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두고 ‘나홀로 인사’, ‘불통인사’라는 비판이 한창 고조되고 있을 시점이다.

이 때문에 보도의 사각시간대를 이용해 언론의 인사검증을 피하고 사과 등의 발표에 따른 추가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분히 의도된 발표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청와대 한 관계자는 “사안에 따라 예정대로 하는 것이지 의도하거나 계산된 발표는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