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朴집권기가 최저임금 만원 실현 적기”

[현장] 알바연대 주최 ‘최저임금 만원 토론회’

2013-04-01     이선율 기자

[매일일보]최저임금 현실화에 대한 논의는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최저임금마저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 알바들 사이에서는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저임금을 만원으로 인상하자’는 획기적인 제안을 가지고 등장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알바연대다.이들은 법정 최저임금 만원 요구와 함께 최근엔 알바5적(GS25, 파리바게뜨, 카페베네, 롯데리아, 고용노동부)등을 발표하며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알바연대는 최근에는 20대 비정규직 청년들을 대변하는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씨와 함께 ‘최저임금 만원’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달 28일 목요일 오후 7시 서교동 가톨릭 청년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현장을 매일일보가 함께 했다.‘최저임금 만원’ 토론회는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최저임금 만원’에 대한 생각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 현재의 방식에 큰 문제는 없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알바연대 “최저임금 운동의 싸움 대상은 점주 아닌 자본”

이 자리에서 하윤정 알바연대 기획팀장은 ‘최저임금 1만원 운동’의 의미에 대해 “가난한 점주와 싸우는 것이 아닌 점주와 알바노동자가 응당 가져가야 할 몫을 가로채는 자본과 싸우는 운동”이라며 “장기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운동은 공급이 넘치는 과로노동시장을 바꾸는 싸움”이라고 말했다.이어 “노동시장에서 배제되어 영세자영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바꾸는 운동이자, 물가인상률보다 임금인상률이 언제나 더 적고, 대기업의 당기 순이익은 늘어나지만 일자리와 임금은 언제나 정체되는 구조를 바꾸는 싸움”이라고 설명했다.하 팀장은 특히 “알바 하는 학생이라는 뜻인 ‘알바생’은 청소년과 청년 일반을 모조리 학생으로 규정하는 오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생계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알바를 한다는 인식을 담고 있기 때문에 잘못되었다”며 “알바노동자라는 정확한 언명을 사회적으로 널리 유포하고 언어에도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담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알바 노동자 윤가현씨는 “생계유지를 위해 오전부터 새벽까지 2개의 알바를 했다”며 “4대보험도 가입안시키고, 휴식시간도 안주고, 밥도 안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걸 사장님한테 말하기 어렵고, 말하려면 짤릴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고 알바 노동자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준영 “노조 포함 어떤 도움도 없을 것…스스로 싸워야”

정준영 청년유니온 사무국장은 “알바연대가 주장하고 있는, 최저임금을 시급 ‘1만원’ 수준으로 인상함으로써 최저임금만으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노동시간을 단축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비정규직을 줄일 수 있고, 더 나아가 영세자영업자도 노동시장에 다시 유입시킬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원론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정 국장은 하지만 “한국경제가 재벌 대기업 중심으로 심각하게 치우쳐져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고, 기존 노동운동이 정규직 중심으로 이루어져 이들에게 당장의 절박한 문제로 다가오지 않는 최저임금 운동의 동력이 형성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그는 “기존 노동운동 주변부에서 제대로 조직된 적도 없고 스스로 목소리를 가져본 적도 없는 최저임금 당사자들만의 힘으로 싸워야 한다”며 “실제 당사자인 수많은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우근 “고액연봉과 행복은 별개…‘비교사회’ 먼저 바꾸자”

남우근 녹색당 정책위원은 “노동소득분배율(총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년 낮아지고 있다”며 “가장 큰 고민거리는 현실에서의 열악한 노동의 문제이고, 노동으로부터 벗어나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고 밝혔다.남 정책위원은 “최저임금 현실화와 함께 최저임금 적용대상자 확대 역시 중요한 과제”라며 “현재 적용제외 대상자인 장애인과 3개월 이내의 수습근로자, 경비나 시설관리쪽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최저임금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데에만 머물러서는 안되고, 현실의 절박한 과제와 타인을 위한 노동(임금노동)이 아닌 자기자신을 위한 노동을 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또 “요즘 연봉 7000-8000만원 정도의 대기업 근로자들도 과로사로 죽어가는 경우가 많다. 정규직이고 고액연봉을 받아도 행복한 삶을 가져다주진 않는다”며 “결국 임금인상이라고 하는 게 생산력주의, 성장주의에 기반한 인상은 당장의 생활적 필요를 충족시킬 순 있지만 결코 행복한 삶으로 연계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남우근 정책위원은 “최저임금 인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더 가지더라도 나보다 더 가진 사람과 비교하면서 자신은 부족하다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사회구조를 바꾸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자립음악생산조합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인디음악가 단편선(예명)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긍정한다”면서도 “하지만 실제로 그럴 것이냐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단편선은 “문화예술에 대한 부분엔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최저임금 만원이 된다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걸 통해 늘어나는 다양한 효과들, 지역에 사는 다양한 계층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식으로 만들 것이냐에 구체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데 동의하지만 생산한 만큼 임금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MBC 김재철 사장(당시 사퇴 전)도 별로 하는 일도 없어 보이는데, 돈은 제일 많이 받아간다”고 꼬집었다.우 교수는 “생산성에 의해 임금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습이 개입한다. 이런 것을 볼 때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은 물리적 법칙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법칙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또 “최저임금 만원 주장은 현실적이지만 올리려면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다”며 “민주당쪽이 집권했으면 최저임금 올리기가 힘들었을 거다. 반면, 박근혜 정부의 경우, 사용자들(사장들) 입장을 바꿀 수 있고, 법도 만들 수 있고,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협의를 해줄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을 먹으면 바꿀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지난 대선 때 이야기된 ‘보편적 복지’는 일정정도 진도가 나간 상태”라며 “최저시급 만원인상은 일종의 치킨게임 같은 거다. 지금부터는 만원 받는다는 얘기가 사회적으로 논의되면 다음 대선에서 만 오천원 부를 수도 있는 것이다”라며 낙관적인 예측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