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실적악화+정부압박 2중고

"민원 너무 많아" 감독강화 움직임에 세무조사까지

2014-04-02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보험업계가 정부 당국의 압박에 시름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맞물려 금융당국이 보험업계 전반에 대한 개편을 시사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세무당국까지 압박 수위를 높여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2013회계년도를 시작하면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올해 경영목표로 ‘질풍경초(疾風勁草)’를 제시했다. 질풍경초는 모진 바람이 불면 강한 풀을 알 수 있다는 뜻으로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신 회장은 “고난과 역경을 겪어야만 그 사람의 굳은 의지와 진가를 알 수 있다”며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재무 건전성 관련 회계기준도 강화되는 등 갈수록 어려워지는 업계 상황을 극복하자”고 당부했다.신 회장의 말처럼 지난해 보험업계는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자산운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예전에는 효자 상품이던 저축성보험이 최근에는 역마진 우려까지 제기되는 등 보험사에게 골치덩어리로 전락했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협생명을 제외한 국내 생보사들의 지난해 4월~12월 영업이익은 522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1.3% 급감했다.보험사들은 실적 악화 타결책으로 보험료 인상 카드를 검토했지만 이마저도 금융당국의 제지로 무산된 바 있다.보험사들은 이달부터 표준이율 하락을 근거로 보장성보험 보험료를 인상하려 시도했지만 금융당국의 구두 경고 이후 계획이 백지화됐다.또한 새로 취임한 최수현 금감원장이 보험업종의 민원이 가장 많다고 직접 지적하면서 감독 강화를 시사해 업계의 근심이 더해지고 있는 실정이다.세무당국의 압박도 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최근 국세청은 동양‧미래에셋생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두 업체는 정기세무조사로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신정부 출범 초기 복지정책 재원 조달 마련의 방법으로 기업 세무조사를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 있어 예년에 비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예상돼 업계가 잔뜩 움츠리고 있는 상태다.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형사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에는 대형사들마저 경영전략을 수립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작년까지만 해도 예년에 비해 낮아진 인센티브 수준에 대해서 불평을 했지만 올해는 초과상여금은 고사하고 임금 동결을 걱정할 판”이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