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파괴 넘어 '공짜경제' 시대로
새로운 수익창출 모델로 '각광'...국내 게임 통신산업 '애용'
2013-04-03 강준호 기자
[매일일보]1990년대 후반 다양한 산업에서 '가격파괴'가 일어났고 200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는 이른바 '공짜경제'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했다.공짜경제(Freeconomics, Free+Economics)는 과거에 유료였던 제품이나 서비스를 무료로 또는 매우 저렴하게 제공하고 대신 시장의 관심과 명성, 광범위한 사용자 기반을 확보해 관련 영역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방식이다. 즉 상품을 공짜로 주고 돈을 버는 것이다.공짜경제는 영국의 경제학자 크리스 앤더슨이 <이코노미스트> 잡지의 '2008년 세계경제 대전망'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로 소개하며 알려지기 시작했다.공짜경제 사업모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 '공짜라면 양잿물이라도 마신다'라는 표현처럼 공짜 심리는 인간의 본원적인 것인데, 경기가 침체돼 실질 구매력이 약화될수록 공짜에 더 큰 매력을 느끼게 된다.대표적인 사례가 질레트면도기다. 질레트는 이미 100년 전에 면도기를 공짜로 주고 면도날 판매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일회용 면도기 시장을 창조했다.이런 수익모델은 콘텐츠와 통신 산업 부문에서 다양하게 나타났다.2007년 8월 영국 음반업계가 발칵 뒤집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팝 음악계를 주름잡았던 가수 프린스(Prince)가 일간 신문인 <데일리메일>의 일요판에 신작 앨범을 끼워 공짜로 뿌렸기 때문이다.프린스는 이를 통해 런던 콘서트 투어를 홍보했고 실제로 큰 성공을 거뒀다. 공짜로 배포한 CD 300만장의 인세(560만달러)는 날렸지만 콘서트는 21회 모두 성황을 이뤘다. 프린스는 콘서트 입장권 판매만으로 2340만달러를 벌었고 데일리메일로부터 100만달러의 라이선스료도 받았다.통신산업에서도 공짜 사업모델이 큰 이슈이다. 유선통신 선두주자인 스카이프는 인터넷 전화(VoIP) 기반의 '가입자간 통화 무료' 정책을 내세워 전세계에서 2억7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 회사는 헤드셋이나 전화기 등 관련 하드웨어 장비에 대한 라이선스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창출했다.국내에도 공짜경제가 속속 등장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게임 산업과 이동 통신 산업에는 이미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이동통신 사업자들은 휴대전화를 사실상 공짜로 주고 이동통신 요금에서 그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으며, 게임 산업은 게임을 무료로 이용하게 하면서 게임 내 아이템 등을 유료로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특히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애니팡'의 경우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유료 아이템 판매로 수익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를 이용한 상품제작으로 다양한 수익을 창출했다.이런 공짜경제로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는 반면 기업에 손실만을 남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한진희 농협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공짜경제에서 주목할 점은 고객의 관심, 시간, 평판의 확보가 새로운 수익창출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면서도 "단순히 공짜로 고객의 관심을 확보했다고 해도 수익창출 모델을 갖추지 못한다면 공짜경제는 기업에게 손실만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