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에 금리 인하 '압박' 가중

11일 금통위 신경전 예상...노조는 "독립성 침해 중단" 비판

2014-04-03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오는 1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두고 정부와 한국은행 간 신경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금통위 회의에 참여하는 인원 중 정부측 인사가 정부 견해를 전달하는 ‘열석발언권’ 행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열석발언권은 한은의 독립성 보장을 이유로 1999년 6월부터 2009년 12월까지는 행사되지 않았지만 2010년 1월부터 부활했다.한은은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2.75%로 인하한 뒤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금리를 동결시켰다. 시장에서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한은은 “경제는 완만하나마 회복되고 있다”는 판단 하에 현행 금리 수준을 유지했다.하지만 최근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가 확고한 가운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가 절실하기 때문이다.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12조+α원' 규모로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기로 했다. 이어 구체적인 경기부양책으로 부동산 경제 활성화를 위해 ‘4.1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관련업계는 ‘4·1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부동산 정책이 실수요자 지원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기준금리를 낮추면 가계부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어 주택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정부 역시 한은의 금리 인하 협조를 기대하면서 연일 압박 수위를 높여나가고 있다.새누리당 이한구 원내 대표는 엊그제 “MB 정부 때도 보면 한국은행이 경제정책과 관련해 좀 굼뜬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부탁드리겠다”며 한은의 금리인하를 요구했다.지난달 말에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기부양) 정책 패키지에는 금융 부문이 포함돼야 한다. 여기에는 금리도 있고 수출 경쟁력을 위한 금융 지원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역시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지난해 또는 올해 3월까지 추가적으로 2~3차례에 걸쳐 0.5% 포인트 내외의 금리인하를 하는 것이 바람직했다”며 “거시경제정책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1~2차례에 걸쳐 0.5% 포인트 정도의 기준 금리인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직접적으로 금리인하를 요구했다.한은이 대외적인 압박에도 불구하고 금리인하에 나설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김중수 한은 총재는 ‘저금리 기조 장기화 부작용’에 관한 견해를 연일 피력하고 있다.김 총재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체어맨 등이 이자율의 낮은 상황이 너무 오래 지속되어 자신들이 미처 몰랐던 새로운 문제점들이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며 “너무 이자율이 낮으니 ‘버블’이 생기는 문제가 생길 것이며 이는 자금 수요가 생산성과 연결이 안 되는 경우”라고 말했다.한은 노조 역시 정부 및 외부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 성명을 냈다.한은 노조는 2일 ‘누구를 위한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인가’ 제하의 성명서에서 “정부가 경제성장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한 뒤 기준금리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며 “해외 주요 IB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정부 전망치보다 높아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조정이 인위적 경기부양을 위한 명분축적용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드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이어 노조는 “통화정책의 결정은 경제상황을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최근 정부 여당의 한은에 대한 전방위 압박은 그 저의가 의심되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조태진 노조 위원장은 “한은법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금리 결정은 한국은행의 독립적인 권한”이라며 “물가를 저해하지 않는 한에서 정부와의 공조는 있을 수 있지 무조건적인 정부 공조를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조 위원장은 사견을 전제로 “금리 인하가 기업들의 투자활성화 붐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가계부채 증대 및 한계기업들에게 인공호흡기를 달아주는 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