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세상은 변한다
2021-04-09 매일일보
2019년 연말 중국의 한 지방도시에서 시작 된 코로나19 감염증이 발병 했을 때만 해도 이것이 100일도 안 되는 시간에 전 세계로 펴져 나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WHO는 3월11일 팬데믹을 선언했다. 그 누구도 예상 하지 못 한 일이다. 세계 최강국 미국은 4월6일 현재 확진자는 32만명을 넘었다. 이는 전세계 확진자의 25%를 넘는 숫자이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전혀 경험하지 못 한 것도 알려주었다. 덴마크는 우리나라 진단시트 제안을 거절하고 국민적 비판을 받아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하였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하여 진단시트 등 긴급 구호물자를 요청 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솔직히 미국이 우리에게 긴급구호물자를 요청하는 날이 온다는 것은 생각도 못 해본 일이다.
미국에서 코로나19의 핫스폿이 된 뉴욕주의 앤드루 쿠오모 지사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3만개의 인공호흡기가 필요한데 연방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것은 4000개뿐이다. 연방정부가 죽을 사람 2만6000명을 골라보라.” 미국은 의료기술 선진국이지만 상상초월의 비싼 의료비로 악명이 높다. 의료보험이 없는 수천만 명의 저소득층은 감염되면 병원도 가지 못한 채 죽어갈 수밖에 없다. 더욱이 50만명이 넘는 미국 노숙자들은 어떻게 될까. 부족한 의료장비의 확충을 위해 GM, 포드 등 자동차 회사들은 자동차 대신, 인공호흡기를 만들고 있다.
유럽은 어떨까. 스페인의 경우 감염자 가운데 10% 이상이 의료진이다. 마스크나 장갑 등 의사와 간호사들을 보호할 기초 의료물품조차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나 프랑스도 스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럽에서는 사망자가 폭증한 결과 교회나 성당, 체육시설 등을 임시 영안실로 사용한다. 이탈리아 스페인은 물론 프랑스와 영국도 공공의료 비중이 높고 안정적 의료보험체계를 갖췄지만 의료서비스 수준이 매우 낮고 병상, 의료장비, 전문인력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 독일을 제외한 유럽의 나라들은 국가 의료시스템이 사실상 붕괴된 것으로 봐야 한다.
이처럼 우리가 선망하고 또는 이민 가고 싶다고 생각하던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이 독일을 제외하고는 코로나19로 속절없이 무너졌다.
우리는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불렸다. 지옥 같은 대한민국이라는 뜻이다. 학교에서부터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취업도 결혼도 어렵고, 내 집 마련은 더더욱 힘들고, 그래서 지옥 같은 이 나라를 기회만 되면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특히 절대다수의 젊은 세대가 ‘헬조선’과 ‘탈(脫)조선’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탈조선을 해서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일까.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압도적이다. 그런데 외신은 우리나라의 뛰어난 방역체계와 검사능력, 투명한 정보공개, 공짜에 가까운 검사비용 및 치료비 등에 놀라워하고 있다. 거의 모든 공공장소마다 비치된 손세정제, 마스크 착용의 일상화 같은 공동체의식에 감탄한다. 총기류까지 사재기하는 자신들과 달리 마트마다 가득 찬 물건과 빠른 택배서비스 등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본다.
물론 우리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지속적인 의료개혁이 따르지 않으면 유럽이나 미국의 길을 가지 말라는 법도 없다. 혁신과 겸손함을 잊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이다.
이번 사태가 언제 끝날지 예측조차 어렵지만 우리 주위에 늘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지금의 고통은 버틸 만 할 것이다. 내 가족이 있는 우리 집,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우리 회사, 주변 식당과 찻집, 우리 동네, 그리고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우리의 파라다이스일 것이다. 우리와 우리나라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