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농성장 기습철거…규탄 기자회견도 봉쇄

노조 측 “화재 후 재설치 천막 계고장 대상 여부 공방 불구 기습철거”

2013-04-04     이선율 기자
[매일일보]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한 천막 농성장이 4일 새벽 강제 철거됐다. 이날 10시 강제철거를 규탄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가지려던 예수살기 총무 최헌국 목사와 유득규 재능교육노조 집행위원장 등 시민단체 관련자 37명도 ‘화단조성’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무차별 연행됐다.서울 중구청은 4일 오전 5시50분경 대한문 앞에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농성 중이던 천막을 10여분 만에 철거했다.중구청은 이날 직원 약 50명을 동원해 기습철거에 나서 분향소와 집기류를 가져갔다. 당시 농성장에는 관계자 3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철거 현장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여경 30명을 포함한 경력 280여명이 배치됐다. 중구청은 철거 이후 재설치를 막고자 천막이 있던 자리에 대형 화분을 설치하는 등 화단을 조성했다.이 과정에서 금속노조 스타케미칼 조합원이 화단을 훼손하다 공용물 훼손 혐의로 체포돼 남대문경찰서로 연행됐으며, 농성장 관계자 2명이 약 3m 높이의 철제 구조물에 올라가 항의하기도 했으나 오전 7시쯤 이 구조물도 철거됐다.

중구청 관계자는 “수차례 자진 철거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강제 철거할 수 밖에 없었다”며 “충돌이 우려돼 새벽에 철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구청은 지난달 8일 직원 150명 가량을 동원해 철거에 나섰다가 민주노총 노조원과 국회의원, 시민단체 회원 등 100여명이 모여 저지하자 돌아갔고 26일에도 철거를 하려다 충돌을 우려해 유보한 바 있다.

지난해 말에도 도로교통법 위반 등 사유로 행정대집행을 통보했다가 추위 때문에 유보했던 중구청은 지난달 화재로 덕수궁 돌담의 서까래가 그을리는 등 문화재 훼손 우려까지 제기되자 “철거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화재 이후 재설치된 천막이 강제철거 계고장 대상인지에 대한 법적 공방이 있었는데 기습철거를 당했다”며 “이런 법적 부분을 포함해 천막 재설치 등 모든 방안을 놓고 내부 논의를 거쳐 대응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지난해 4월 쌍용차 해고노동자 사망자 분향소로 시작한 농성장은 11월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용산참사 진상 규명, 핵발전 폐기 촉구 등 다양한 주제의 연대투쟁이 벌어지는 천막 3개 규모의 ‘농성촌’으로 변했으나 지난달 화재로 천막 2동이 불에 타면서 1동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