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만 보면…성욕 충만(?) ‘늑대아빠’ 출몰 왜

친족 성폭행 절반이 ‘친∙의父’ 소행…과도한 스킨쉽 반복이 범죄로 발전

2010-05-25     류세나 기자

지속적 범행…피해자 만신창이, 가해자는 개념상실 
아빠 사이에 둔 ‘엄마와의 불화’로 2차 피해 입기도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최근 몇 년 새 자신의 혈육을 대상으로 한 친족성범죄 사건의 전모가 잇따라 밝혀지면서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성범죄의 고통으로 눈물짓고 있는 ‘딸’들의 적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바로 ‘집’에 있었던 것. 게다가 ‘친족 성폭력’의 가해자 절반 이상이 친∙의붓아버지에 의한 소행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어 이에 대한 충격은 더욱 크다. 이들은 무엇 때문에 자신들의 딸을 성적도구로 유린했던 것일까. 패륜가장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를 <매일일보>이 진단했다.

# 사례1. 대전고법 청주재판부(재판장 송우철 부장판사)는 지난 3월 지적장애를 가진 10대 소녀를 수년 동안 성폭행한 일가족 4명에게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죄를 적용해 백부 A(58)씨 등 2명에게 징역 3년, 또 다른 숙부 1명(43)에 대해서는 징역 1년6월을 각각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친할아버지(87)에 대해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백부 A씨는 지난해 5월 15일 오전 6시께 충북 보은 자택에서 지적장애를 가진 조카 B(17)양을 협박한 뒤 성폭행하는 등 2007년부터 30여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B양과 같은 집에서 생활하는 할아버지도 2006년 8월께 집안에서 두 차례 성폭행하고, 43세, 40세 두 명의 숙부도 2005년 9월께 잠들어 있던 조카를 각각 1차례씩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B양을 유린했던 백부 등 피의자들 중 대부분이 서로 간에 성폭행 사실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충북 보은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벌어진 친족간의 범행은 ‘철저히’ 숨겨질 수 있었다.특히 수십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백부 A씨는 조카가 임신하지 않도록 피임기구까지 사용하는 등 인면수심의 극치를 보였다.또 경찰조사 과정에서 B양은 “십여 년 전 친아버지도 아를 성폭행했다”고 진술했으나 운 좋게도 B양의 아버지는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처벌을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와 관련 경찰관계자는 “조사과정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이들(백부 등 친인척)에게 성폭행 당했다’는 B양의 진술을 확보했으나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 등을 기억하지 못해 입증 가능한 혐의만 피의자들에게 적용시켰다”면서 “이들 가족의 인면수심 성폭행 행각은 최근 몇 년간 이뤄져 온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 사례2.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해 7월 자신의 친딸을 12년간 수백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박모(59∙무직)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딸 C양(27∙당시 14)이 중학교 2학년이던 1996년 10월부터 지난해 7월 9일까지 가족들이 모두 외출한 틈을 이용해 평균 일주일에 1~2회씩 C양을 강제로 범해왔다. 그에 대한 증거로 지난 1997년과 2002년에 폴라로이드로 찍은 딸의 나체사진 4장과 음모가 박씨의 지갑에서 발견됐다.경찰조사결과 박씨는 딸이 생리기간일 때에는 항문성교를 통해 자신의 성욕을 채웠고, 딸이 반항할 것을 대비해 자신의 휴대폰에 성행위 장면과 딸의 음부사진을 촬영해 저장해놓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박씨는 처음 범행 이후 C양의 일상을 감시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출근시간, 학원수강 시간, 누구를 만나고 귀가는 몇 시에 하는지, 심지어 생리주기와 관계를 맺은 날까지 기록해 놓은 ‘감시일지’ 8권이 박씨의 집에서 발견됐다.이와 관련 C양은 경찰에서 “내 말 한 마디로 가정이 깨지게 될까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면서 “또 아버지는 성관계를 거부하면 나머지 가족들과 직장동료들에게 자신과의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빠라는 이름으로…‘말 못할 비밀’

위 사례들처럼 우리사회에서 혈육을 상대로 성폭행을 벌이는 ‘패륜가장’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범죄는 사회 부적응자나 범죄자들만이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 형사정책연구원 김지영 부연구위원은 “친족성폭력의 가해자는 노동계층이나 늙고 추해 여성들과 정상적인 관계를 맺는 게 어려운 사람들에 국한돼 있지 않다”며 “부인이 멀쩡히 살아있고, 겉으로 보기에 평범한 가정에서도 실제로 이 같은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김 연구위원은 이어 “범죄 사례를 살펴보면 과도한 애정이나 스킨십, 호기심 등이 성폭행으로 발전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사소한 스킨십이 반복되면서 성추행에 대한 개념과 죄의식이 약해져 성폭행과 같은 극단적인 결과로 치닫는다는 것이다.이 같은 친족성폭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믿었던 ‘가족’으로부터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까닭에 피해자가 입는 신체적∙정신적 충격은 여타의 성범죄보다 심각하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미성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 2007년 유죄판결을 받은 친족성폭행범 159명의 범행지속성을 조사한 결과, 그중 39.6%인 69명이 1년 이상 범행을 지속해온 것으로 밝혀졌으며, 1개월 이하인 경우는 7.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가해자 격리제도 없어 재피해 가능성도

또 이들 피해자 대부분은 자신도 공범이라는 자책과 함께 “나 하나만 참으면 모든 게 해결되겠지”라는 심정으로 주변사람들에게 피해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런데 ‘엄마’에게 피해사실을 알렸을 때 오히려 “아빠를 유혹했다”는 등의 책임을 전가 받거나 ‘라이벌’ 의식을 느낀 엄마와 관계가 소원해지는 경우도 있어 이 때문에 더 큰 고통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실제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어머니가 자녀의 피해사실을 알게 됐을 때, 자녀의 성학대 사실을 신뢰하지 않는 비율이 31%인 것으로 집계됐다.게다가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현행법상 가해자로부터 피해자를 격리시키는 등의 보호책이 전무한 상태라는 것. 현재 법률에는 가정폭력범죄의 경우, 일정기간동안 함께 거주할 수 없으며 일정거리를 유지해야하는 등의 규정이 마련돼 있지만 성폭행에 관해서는 이 조차도 반영되지 않고 있다.심지어 법원에서는 ‘수년간 양육을 책임져왔다’는 이유로 법정하한보다 낮은 징역형을 선고한 판례도 부지기수다. 이러한 허술한 법망 속에서 피해아동은 자신이 가출을 하거나 보호시설에 입소하지 않는 한 재피해의 우려와 함께 더 큰 폭력 등의 가능성 속에서 살게 되는 게 지금의 안타까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