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취임 100일 “워밍업만 했나?”
부동산투기와 경기회복 부진에 `발목' 잡혀

수평적 리더십으로 당,정,청 정책조율 원만
‘카리스마’ 보다는 `대화형 리더십' 발휘해야

2006-06-23     나정영 기자

경제수장인 한덕수 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이 지난 22일로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한 부총리는 386실세 등과 마찰을빚었던 이헌재 전 부총리와는 달리 당·정·청간 정책조율을 불협화음없이 원만하게 이끌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투기와 지지부진한 경기회복 등으로 경제사령탑으로서의 이미지에 다소간 손상을 입었다.경제전문가들은 한부총리가 하반기부터는 기존 정책을 차질없이 수행하는 동시에 최근의 경제 현실을 반영한 경제운용방향을 정하고 과감한 추진력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부총리는 경제관련 다른 부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보다는 직접  해당부처를 방문, 소속 직원들과 얼굴을 맞대고 토론을 벌임으로써 사안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서 협력을 요청하는 방식을 선택했다.또 공기업 사장들을 직접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투자를 독려하는  등  가능한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재경부 관계자는 "한 부총리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곳을 방문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 의견을 모으고 있다"면서 "시장경제 정착과 대외개방 구축을 위해 일관성있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도 내부 평가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그러나 부동산정책에 대해서는 한 부총리가 경제정책 사령탑으로서 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햐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있다.청와대와 여당, 각 경제부처 등에서 모두가 한마디씩 대책을 내놓으면서 부동산정책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도무지 예측하기 어려운 혼돈상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부총리는 취임후 자신만의색깔을 특별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원만하게 정책조율을 수행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지지부진한 경기회복과 부동산투기 등에 발목이 붙잡힌 상태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애초 기대했던 것보다 낮은 2.7%에 그친데다 회복조짐을 보이던 내수마저 주춤해 올해 성장률목표 5% 달성이 어렵게 됐다.

정부가 5% 성장과 함께 올해의 경제화두로 제시한 40만개 일자리 창출도 경기회복 지연으로 목표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게다가 배럴당 60달러대에 육박하고 있는 유가와 환율하락 등 대외 악재마저 겹치면서 장기간 침체에 빠졌던 경기를 활성화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또 각종 투기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여당, 청와대 등과 함께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하지만 한 부총리는 "경제지표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로 양적  성장보다는 성장의 내용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정부가 경기활성화를 위해 추진해온 종합투자계획 등이 크게 속도를 못내고  있는데다 고유가 등의 대외악재가 겹쳐 경기 살리기는 한 부총리가 풀어야 할 큰 과제다.한 부총리는 취임 이후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통상에서부터 서민, 영세 자영업자, 부동산, 벤처기업, 동북아  금융허브, 중소기업, 해외투자 등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분야의 대책을 발표, 추진하고 있다. 정책 방향에서도 자신의 철학과 일관되게 시장친화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취임 이후 처음으로 발표한 선진국가를 위한 추진과제에서는 글로벌스탠더드 정착, 개방친화적 사회인프라 구축, 서비스 분야 육성 등을 강조해 국내의 `대표적 개방론자'라는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 동북아 금융허브와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 등에서도 개방을 통한 경쟁력  제고와 자유화로 규제를 완화하고 경제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서민, 영세자영업자, 재래시장 대책 등을 통해 참여정부의 사회안전망 확충이라는 정책 목적을 충족시키면서도 시장 논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유도했다.영세자영업자와 재래시장 대책 발표 과정에서 자격증 도입 등 현실을 외면한 대책이었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무분별한 시장 진입을 준비된  창업으로  유도하겠다는 것이 영세자영업자 대책 등의 골격이라는 게 한 부총리의 생각이다. 이에 대해 한 부총리도 기자  간담회에서 "판교의 중대형 아파트 공급 물량 변동 등을 포함해 8월 말 발표할 예정인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고 모든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부총리는 한.중 경제장관회의 및 아셈(ASEM) 재무장관회의 참석을 앞두고 기자실을 방문, 이같이 말하고 "수요측면과 공급 측면을 모두 감안해  부동산  대책을 검토하고 있으니 시간을 갖고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한 부총리와의 일문일답이다.

-판교 공영개발이 중대형물량 감소와 임대 활성화로 연결된다는 우려가 있는데.
▲모든 것에 대해 오픈해서 검토하고 있다.  판교가 부동산의 교란요인으로 작용을 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최근  부동산시장 실패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는 시장 참여 주체들이 완벽한 정보를  갖지 못하고 있고 가격 움직임에 공급이 즉각적으로 따라가지 못한다는  부동산시장의 특성을 말한 것이지 부동산정책의 실패를 시장실패로 전가하기 위한 게 아니다.

- 부동산가격 급등이 공급 측면보다는 투기세력이 만들어낸 거품이라고 보는가.
▲아니다. 아파트 값 상승이 국지적이지만 우리가 보호하고자  하는  저소득층, 서민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협할 정도로 가격 상승이 확산돼 임대료, 전셋값 등이 올라는 가는 것을 제일 걱정하고 있다. 가격 상승 확산을 차단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시장에는 판교 공영개발이 중대형 감소로 전달됐는데.
▲그런 신호를 준 적이 없고 결정된 것도 없다. 부동산투기를 쫓아 다니는 나라가 돼서는 안된다. 언론도 빨리 보도하는 것보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해 국가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면 협조 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부가 빨리 대책을 만들지 않는 것도 문제다.

-부동산시장에 몰린 자금을 증시로 돌리기 위한 적립식펀드에 대한 세제지원은.
▲결정된 것이 없다.

-1가구 다주택에 대해 지금보다 더 중과세하는 방안도 검토하나.
▲그런 것을 포함해 모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 개발될 신도시에도 공영개발이 적용되나.
▲공공부문의 역할이 좀더 확대돼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에서 공급문제에 대한 정부 내 이견이 있나.
▲현재 가수요에 의한 투기수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를 교정하기 위해  수요관리 정책은 분명하게 한다. 공급을 늘리는 대책도 하고 있다. 필요하면 세제, 금융 등의 대책을 통해 수요도 관리하고 공급 측면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가수요를 잡은 뒤에 공급정책을 시행하나.
▲선후가 있을 수 없다. 부동산시장에서 가격이 올라가도 공급이 즉각적으로 변동하지 않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안정돼도 정부는 어느 정도의 공급을 해야 한다.

-8월 대책에 분양원가공개와 토지도 포함되나.
▲모든 게 포함될 수 있다. 분양원가공개는 이론적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원가공개에 따른 행정비용, 원가공개 다음의 절차 등 현실적으로는 힘들다.  분양원가공개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차원에서 검토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