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총선’ 불출마 차기 잠룡들 미래는?…‘대권’ 밑그림 나오나?
유승민, 새보수당계 일부 당선…황교안 당권 실각 시 오히려 기회
안철수, 양강 구도에 비례 의석 기대 못 미쳐…보수 연대 가능성
박원순, ‘친박원순계’ 대거 당선…당내 입지 올리고 대권 나설 듯
이재명, 총선 영향 거의 없어…공공앱 등 행정능력 증명에 집중
2020-04-15 문수호 기자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21대 국회의원선거가 치러진 가운데 내후년 3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 성격을 가진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차기 대권주자들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여야 주요 정당들은 이번 총선 이후 본격적인 경선 준비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또 대권주자들도 총선 이후 영향력 확보와 입지를 다지기 위한 본격 행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20대 대통령 선거일은 2022년 3월로 2년이 채 남지 않아 총선 결과에 따라 대권주자의 정치적 명운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 다만 주요 대권주자로 꼽히는 잠룡 중엔 총선에 출마하지 않은 이들도 있다. 지난 대선주자였던 이들과 자치단체장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기회를 엿보는 이들이 대표적이다. 이번 총선이 양강 구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경합 후보 간 결과에 따라 총선에 얼굴을 내밀지 않은 잠룡들도 대권 도전을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새보수 진영 후보 ‘소수의 승리’…기사회생 할까?
유승민 의원은 4.15 총선을 맞아 선거운동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총선 이후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황교안 대표가 서울 종로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크게 밀리며 낙선함에 따라 미래통합당의 확실한 대권주자 입지가 흔들린 상태다.
탈당 후 재입당한 유승민 의원에게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지지기반 확보다. 새보수당 출신 후보들의 선전 여부에 따라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보수당 출신 후보 중 확실한 생존자는 김희국(경북 군위·의성·청송·영덕), 강대식(대구 동을), 하태경(부산 해운대갑) 후보 정도로, 유의동(경기 평택을) 후보 정도가 승리가 예상된다.
새보수당 진영의 일부 후보들이 당선됐지만, 유승민 의원이 완전한 지지기반을 확보했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황교안 낙선함에 따라 당권의 향방도 알 수 없게 돼 유승민 후보에겐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안철수, 기대 못 미친 비례 의석수…통합당과 연대 가능성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역구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 의석에 집중했다.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대구지역 의료지원 등을 통해 인식을 바꾸는데 성공하면서, 득표율 20%를 목표로 10석 이상의 비례 의석을 노렸다. 그러나 총 47석의 비례대표 의석 중 2~4석 확보에 그칠 것으로 보여 지지기반 확보에 실패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번 총선이 양강 구조로 전개되면서 비례대표 정당도 위성 정당에서 대부분 가져가 군소 정당의 의석확보가 쉽지 않았다.
이제 안철수 대표에 대한 관심사는 미래통합당과의 결합 여부다. 미래통합당은 이번 총선으로 대권주자의 힘이 다소 빠진 양상이어서 당장 내년 경선 흥행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안철수 대표의 합류 시 안 대표는 제1야당이라는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미래통합당은 경선 흥행을 위한 카드 확보와 새로운 인재 영입이라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박원순, 계파 의원 후보 생환…당내 지지기반 확보
박원순 서울시장은 꾸준히 대권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내 입지가 다른 대권주자에 비해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이른바 ‘친박원순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하면서 박 시장의 당내 입지도 변화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서는 ‘친박원순계’ 후보들이 줄줄이 당내 경선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엔 서울시 관료 출신부터 박원순 선거 캠프 출신까지 10여명이 넘는 후보가 본선 티켓을 손에 넣으며 좋은 결과를 낳았다.
천준호(강북갑) 전 서울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 대부분의 박원순계 후보들이 대거 당선됨에 따라 향후 더불어민주당 대권 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시장은 남은 임기 2년 동안 대권을 위한 마지막 스퍼트를 위해 지지기반을 통한 지지율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총선 영향 크지 않아…‘배달 공공앱’ 개발 속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최근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은 2~3위를 오가며 급상승 추세다. 이재명 도지사는 박원순 시장과 마찬가지로 당내 지지기반이 크지 않다. 이번 총선에서도 ‘박원순계’가 상당수 당내 경선을 뚫은 것과 대조적으로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후보들은 대부분 당내 경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지사는 박 시장보다 지지율이 높다. 이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면서 보여준 시원스런 추진력과 행정능력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이 도지사는 당색과 상관없이 지지자가 많은 편이다.
그러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선 경선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될 대권주자 행보에서 당내 ‘친문 세력’이 내세울 후보와 ‘비친문 세력’의 대표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낙연 후보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같이 경선 흥행 카드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능력’을 무기로 내세우는 이재명 후보는 남은 기간 디지털 SOC라 불리는 배달 공공앱의 성공적 안착에 더욱 힘쓸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