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고급차와 예술
2021-04-16 매일일보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 미국의 캐딜락과 함께 세계 3대 명차로 꼽히는 영국의 롤스로이스는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고객의 예술적 취향을 구현해내야 한다’는 신념으로 2014년부터 다양한 아트 프로그램을 진행,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동시에 강력한 예술적 브랜드 이미지까지 선도하고 있다.
2019년 ‘뮤즈’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아트 프로그램도 그 일환이다. 뮤즈 프로그램은 신예부터 시작해 중견 아티스트들에게 영상 매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유의미한 플랫폼을 제공한다. 영화, 비디오, 애니메이션, 몰입형 설치 작품, 증강현실, 가상현실 등의 논스크린 포맷 영상이 모두 지원 대상이다.
롤스로이스의 또 다른 아트 프로그램은 ‘환희의 여신상 챌린지’다. 이 챌린지는 1911년부터 한세기 동안 롤스로이스의 상징이 돼 온 아이콘 ‘환희의 여신상’을 재해석하는 작업이다. 격년으로 실시되는 이 작업에 참가한 아티스트들은 롤스로이스가 선정한 재료를 활용해 소재의 한계에 도전한다. 롤스로이스는 2018년 ‘환희의 여신’을 감싼 파베르제 달걀을 선보이기도 했다. 파베르제 달걀은 19세기 러시아 황제에 의해 만들어진 희귀품이다.
롤스로이스는 왜 이처럼 아티스트와의 협업에 신경을 쓰는 것일까. 예술가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을 창조한다. 롤스로이스도 가죽부터 목재까지 모두 고객의 취향이 반영된 맞춤제작이 가능하다. 오랜 기간 숙련된 최고의 장인들이 전담하는 만큼 예술 작품에 비견된다. 그래선지 롤스로이스의 제품은 그 자체로 위대한 예술작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즉 롤스로이스는 스스로의 브랜드 가치를 예술품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아티스트와의 협업에 힘쓰는 것이다.
자사의 제품 가치를 예술품의 수준으로 높이려는 노력은 소비자와 현대미술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롤스로이스처럼 창의적인 표현 방식을 찾기 위해 헌신하고, 기술적 구상의 경계에 대해 탐험하고, 품질과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기업들이 현대미술을 일상 속에서 향유하는데 기여를 하는 셈이다.
우리의 기업들이 사회에 기여하고 스스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자 한다면 롤스로이스처럼 아티스트와의 협업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언젠가 한국 기업 가운데서도 롤스로이스처럼 하나의 예술품에 가까운 제품을 선보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