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가입할 때는 '고객' 보험금 줄 때는 '사기꾼'

메리츠화재, 고객 대상 사기혐의 소송 제기했다 패소
금감원, 보험금 미지급 적발시 경영진 엄중 문책

2014-04-07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민원 감축’을 핵심과제로 선정‧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메리츠화재가 고객을 상대로 장기간 소송을 벌이면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사레가 잇따르고 있다. 고객을 사실상 '사기꾼'으로 취급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7일 메리츠화재에 따르면 지난해 자사 의료실비보험에 가입한 고객을 사기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패소했다.2011년 텔레마케팅을 통해 메리츠화재 실비보험에 가입한 방씨(30대‧여)는 지난해 추간판탈출증(디스크) 증세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보험금 300만원 가량을 청구했다.하지만 메리츠화재는 방씨가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과거병력을 허위로 답변하고 보험에 가입했다며 방씨를 사기혐의로 고소했다.회사측은 방씨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병원에서 디스크 치료를 받은 것을 의도적으로 감췄다고 주장했다. 방씨는 보험 가입 전 7회에 걸쳐 각 7~15일간 투약처방과 2회의 주사처방을 받은 바 있다.1심은 이런 메리츠화재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하지만 항소심에서는 보험 가입 당시 텔레마케터가 가입자에게 질문할 때 사전 설명 없이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의 어조로 형식적으로 낭독했고 추가 확인 절차 없이 넘어갔다는 점 등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했다.양측 간 쟁점 사항인 “최근 5년 이내에 계속하여 7일 이상 치료, 30일 이상 투약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란 질문에서 ‘계속하여’란 수식어가 전체에 해당할 수 있어 방씨가 혼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메리츠화재가 비슷한 사례로 고객과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는 또 있다.2011년 손해보험에 가입한 김모씨는 자신의 점포에 화재가 발생해 메리츠화재에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거부당해 소송을 제기했다.메리츠화재측은 보험금 지급 거부 사유로 ▲면책기간인 3개월이 지나자마자 화재 발생 ▲신고 피해액이 회사측 추산과 과다하게 차이나는 점 등을 이유로 "방화 및 보험금청구권 상실"을 주장했다.회사측에 따르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며 오는 5월 1심 판결이 날 예정이다.특히 개인 고객 상대로 10년 넘게 법적공방을 이어오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메리츠화재는 윤모씨와 손해배상금 지급 관련 소송에서 2심까지 패소, 지난 2003년 대법원에 상고해 현재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 이다.이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인대 법인의 재판이라도 10년 이상 이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하물며 이번 경우처럼 대기업이 개인을 상대로 10년 이상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소송 관련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양측 간 소명 기간이 길어지는 등의 관계로 소송이 10년 이상 걸리게 됐다”며 “의료실비보험 관련 소송은 메리츠에서만 일어나는게 아니라 업계 전반적으로 발생하는 일”이라고 해명했다.이 관계자는 보험민원 감축 방안에 대해 “아직 금감원으로부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받지 못해 향후 지침이 내려오면 그에 맞춰 대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한편 최수현 신임 금감원장은 취임 직후 보험 민원을 대폭 감축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지난 5일 보험업계 CEO들을 소집해 관련 대책을 수립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보험민원 감축 계획 및 이행이 부실하다고 판단될 경우 CEO 면담 및 현장검사를 실시하겠다고 전했다.금감원은 향후 검사에서 보험금 미지급 사례가 적발되는 경우 경영진과 감사에게 엄중한 책임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