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김정은 중태설...靑 "측근과 지방체류" 부인
2021-04-21 김정인 기자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미국발 '김정은 중태설'로 소동이 벌어졌다. 정부와 청와대는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측근과 지방에 체류 중이라는 첩보까지 공개, 중태설이 잦아들고 있다. 김 위원장의 소재 정보는 북한 자극을 우려해 정부가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 특급정보다. 소동을 진화하기 위해 정부가 이례적으로 이를 공개한 것. 이를 감안했을 때 김 위원장의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태설은 억측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시간 21일 CNN은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김 위원장이 최근 큰 수술을 받았으며 수술 이후에 중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또 미국 정부가 이와 관련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며 미 중앙정보국(CIA),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미 국무부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CNN 보도가 논란이 되자 "(김 위원장에 대한) 건강 이상설을 뒷받침할 만한 특이 동향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 신변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노동당, 군부, 내각 등 북한 내 주요 권력기관들에서 비상경계와 같은 특별한 움직임이 나타나야 하는데 별다른 동향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소재에 대해 "현재 측근 인사들과 지방에 체류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윤상현 위원장도 정부 당국자들로부터 받은 보고를 토대로 김정은 중태설을 부인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장관이나 정부 당국자들이 (김정은 중태설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전해왔다"며 "CNN에도 알아보니까 아직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지 않고, CNN 자체도 신빙성에 대해서 장담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개인 의견을 전제로 "최근 평양 봉쇄조치 등 군사적 상황을 보면 그렇게 확실하게 사실무근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김 위원장의 신변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봤다.
실제 전문가들도 중태설에 대해서는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있지만 신변에 문제가 있다는 자체에 대해서는 비슷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 15일 태양절 참배 행사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매년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 때면 북한은 김 위원장을 포함해 핵심 지도부가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하는 행사를 가져왔다. 태양궁전에는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 주석과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돼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체제는 '백두혈통'을 통치의 정당성으로 삼고 있어 참배 불참은 불경죄에 해당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정작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은 참배하지 않는 '불경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이나 신변에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이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중태설은 여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심혈관계 시술을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시술로 인해 김 위원장이 불참했다는 보도였다. CNN은 이 보도를 접한 뒤 미 당국자를 대상으로 취재에 들어갔고, 정보를 수집중이라는 당국자의 발언을 전하면서 확대 보도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김씨 일가가 심혈관계 질환에 시달려 온 사실도 여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