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급한 불은 껐지만…정상화까지 ‘첩첩산중’
수은, 27일 만기 외화채권 대출로 전환…상반기 중 경영 정상화 방안 확정
다만 연내 만기 차입금 4조2천억‧다음달 5천억 규모 BW도 상환해야
구조조정‧휴업 조치 놓고 노사 갈등도 확산…당분간 경영난 지속 불가피
2020-04-23 박주선 기자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두산중공업이 수출입은행의 지원으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게 됐다. 하지만 경영 정상화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연내 만기 차입금만 4조2000억원에 달하는데다 노조가 자구안에 담긴 것으로 알려진 구조조정과 휴업 조치 등을 놓고 반발하고 있어서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전날 차환자금(수출촉진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단기차입금 5868억원을 늘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의 총 단기차입금은 기존 2조8577억원에서 3조4445억원으로 늘었다.
회사 측은 “이번 단가차입금 증가 결정은 회사의 차환자금(수출 촉진자금)을 위한 금융기관의 차입 신청 및 계약 체결을 위한 건”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수은은 지난 21일 확대여신위원회에서 오는 27일 만기가 돌아오는 두산중공업의 외화 공모채 5억달러를 5868억원의 1년 만기 원화대출로 전환해줬다. 수은은 2015년 4월 두산중공업이 외화공모채를 발행할 때 지급보증을 서줬다.
두산중공업은 수은의 지원으로 급한 불은 끄게 됐지만, 하반기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연말까지 4조원이 넘는 차입금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두산중공업의 차입금은 4조9300억원 규모다. 이 중 올해 말까지 갚아야 하는 차입금만 4조2000억원에 달한다. 회사채 1조2500억원, 국책은행 대출 1조1000억원, 시중은행 7800억원, 외국계 은행 3600억원, 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 등 7000억원 등이다. 당장 다음달에는 5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 상환해야 한다.
현재 두산그룹은 채권단에 두산중공업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재무구조 개선계획(자구안)을 전달한 상태다. 당시 두산그룹은 ‘매각 또는 유동화 가능한 모든 자산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란 입장을 밝혔다. 자구안엔 두산솔루스·두산퓨얼셀을 매각한다는 계획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 구조조정 방안 역시 자구안에 담길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은 전문컨설팅 기관의 실사를 거쳐 상반기 중 자구안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인력 구조조정을 놓고 벌써부터 노사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두산중공업지회는 전날 두산중공업 서울사무소가 입주해 있는 서울 강남구 교보타워 앞에서 상경집회를 벌였다. 노조는 회사의 강제 구조조정과 휴업명령 중단을 촉구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정연인 두산중공업 사장 측에 직접 제출하기도 했다.
노조 관계자는 “그룹을 이끌어 왔던 중간 지주사인 두산중공업 직원들은 명예퇴직, 휴업 및 구조조정 공포에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구조조정의 시계추가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인데도 박정원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그룹의 공식 입장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조는 “추가 구조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 없다”는 회사 입장에도 오는 28일 경남지부 주관으로 ‘구조조정 저지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노조가 금속노조 경남지부, 민주노총 경남도본부와 단일 대응체계를 구축한 만큼 앞으로 투쟁 수위를 대폭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당장 상반기 고비는 넘겼지만, 채권단이 추가 지원을 전제로 두산 측에 한층 강도 높은 자구안을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두산솔루스 등 핵심 계열사 매각과 노사 관계 등도 난항이라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