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첫 업무보고 스타일 ‘국민·협업·현장’
靑 “국가 아닌 ‘국민’, 책상 대신 ‘현장’ 위주 진행”
2014-04-08 김영욱 기자
[매일일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각 정부부처의 첫 업무보고의 키워드는 ‘칸막이 해소’를 전제로 ‘국민·협업·현장’으로 정리된다.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시작으로 8일 국민권익위원회와 법제처까지 19개 부처와 기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아직 장관 임명이 이뤄지지 않은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 등 신설부처를 제외하고 임기 첫해 업무보고를 일단락지은 셈이다.이번 업무보고는 예전 정부의 업무보고와 형식과 내용 면에서 차별화됐다는 게 청와대의 평가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7일 “이번 업무보고는 ‘국가에서 국민으로’, ‘칸막이에서 협업으로’ 그리고 ‘책상에서 현장으로’라는 특징하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우선 부처별 칸막이 해소를 위한 협업형 업무보고가 이뤄졌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외교부와 통일부, 법무부와 안전행정부가 나란히 업무보고를 하며 협업과제를 발굴했다. 실제 다른 부처의 국장급들이 특정 부처의 업무보고에 대거 참석한 것은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파격이었다.그동안 대통령 홀로 상석에 앉아 일방적으로 보고받던 업무보고 형태에서 탈피해, 국민과 대화하는 형식을 시도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전과 달리 부처 업무보고는 20분으로 제한됐다.대신 대통령 바로 옆에 일반 국민과 현장에서 뛰는 실무자들이 배석해 직접 현장의 애로사항을 언급하며 토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할애됐다.부처별 서열을 파괴한 점도 눈에 띈다. 김 대변인은 “가장 먼저 보건복지부로부터 맨 처음 업무보고를 받고 중소기업청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 등이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잇따른 인사 잡음과 북한의 도발 이슈에 묻혀서일까. 이처럼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부처별 업무보고의 특징을 직접 설명하며 자화자찬에 나섰지만, 아쉬움이 더 많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박 대통령은 업무보고 내내 번호까지 매겨가며 항목별로 깨알 같은 지시를 내리는 디테일 리더십을 보여줬다.청와대는 쌍방향 토론이 이뤄졌다고 강조했지만 박 대통령과 관료들간에는 일방적인 주문만이 오갔다. 특히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 ‘손톱 밑 가시’ 등 국정철학을 반복하는 동안 장관들은 대통령 발언을 정신없이 받아 적으며 ‘공약이행’을 복창하기에 바빴다.특히 박 대통령은 가볍게 농담을 건네는 순간에도 ‘협업’을 결부지어 웃음을 이끌어내는가 하면, 업무보고 현장에 서로 다른 부처에서 근무하는 ‘부처융합 커플’이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또 국가가 아닌 ‘국민’, 책상 대신 ‘현장’ 위주로 업무보고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청와대가 이번 업무보고에서 강조하는 부분이다.한편 박 대통령은 이번 주로 잡혀 있던 부처 업무보고 일정이 모두 미뤄짐에 따라 민생·정책 행보를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박 대통령의 민생·정책행보 재개 방침은 추경편성이 거론되는 등 경제위기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서민의 삶을 적극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그러나 장관 내정자들이 자질 논란으로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그 여파로 업무보고가 중단된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급작스러운 측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박 대통령은 민생 챙기기와 별도로 북한의 계속된 도발 위협에 따른 안보 위기에 대해서는 ‘차분한 대응’을 참모들에게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한 핵심 관계자는 “북한 위협이나 안보와 관련해 ‘보여주기식’ 행보가 아닌 단호하면서도 냉철하고 차분한 대응이 계속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민생 행보에 나서는 동안 안보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확실히 챙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