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식 상팔자? 가난한 노인에게 ‘유자식’은 罪
[현장르포] 영등포 쪽방촌 통해 들여다 본 독거노인 현실
2013-04-08 이선율 기자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기까지
최옥순 할머니가 영등포 쪽방촌에 산지는 13년 됐다. 할머니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정부에서 받는 돈은 40만원 정도 된다. 공과금 포함해 17만원을 매달 방세로 내고 있고, 나머지 돈으론 밥과 반찬값 및 교회 헌금으로 쓴다.40만원으로 한 달 살아내기가 버겁지만 할머니가 이 돈을 받은 지는 2년도 채 안된다. 그 전에는 할머니 이름에 이제껏 키운 딸과 아들이 등재돼 있어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이 되지 않아 고작 노령연금으로 9만원 받은 게 전부다. 할머니는 영등포 상담소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유전자 감식 조사’까지 해서 겨우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었다.정부가 개인의 최저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1997년 우리나라에 닥친 외환위기를 통해 빈곤계층의 생활안정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의 필요성이 생기며 만들어졌다.최저생계비와 가구소득의 차액을 지급(보충급여)하되, 의료ㆍ교육 급여 등은 현물로 급여된다. 급여는 최저생계비에서 가구소득과 타법령 지원액을 차감하여 산정하며, 수급자로 선정되면 생계·주거·의료·교육 급여 등 모든 급여를 함께 받는 통합급여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하지만 우리 사회의 빈곤율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바람에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은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지난해 10월30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3년 보건복지부예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생계비 이하를 버는 가구 비율인 절대빈곤율은 2004년 이후 한동안 증가 추세를 보이는 등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더 가난해지고 더 소외되고2004년 8.2%였던 절대빈곤율은 2009년 10.9%까지 꾸준히 늘었고, 2010년과 2011년 10.0%로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다.그런데도 기초생활수급자의 숫자는 2011년 7월엔 141만5000명으로 2010년 146만9000명에 비해 3.7%가 감소했다. 2011년 수급자도 빈곤율이 더 낮았던 2005년(9.4%, 151만3000명)보다 오히려 적은 숫자다. 수급자 수는 2010년 정점(156만9000명)을 찍은 후 급전직하해 올해는 2004년(142만4000명)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이처럼 수급자가 감소한 이유는 2010년부터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이 본격 가동되면서 부양의무자의 소득 파악이 정밀해진 탓이다.재정 누수를 막아야 한다는 명분에 따라 자격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최옥순 할머니 경우처럼 빈곤층이면서도 대상에 제외되는 층을 구제하는 데에는 더 인색해졌다. 연락이 끊긴 가족의 소득으로 인한 수급자 탈락이 속출하면서 민원이 줄을 이었고, 자살하는 사람도 속출했다.이를 감안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월부터 노인, 장애인, 한부모 가정의 경우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을 최저생계비의 130%에서 185%로 완화해 수급자가 될 수 있도록 했지만 9월까지 이 조치로 인해 신규로 편입된 인원은 예상치(6만1000명)의 절반 남짓한 3만7000명에 지나지 않아 문턱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비수급빈곤층은 400만명(전체 인구의 7.5%)정도에 달해 수급 빈곤층 147만명(2011년 기준)의 두배를 훨씬 넘는다. 이중 74.2%가 부양의무자 기준 초과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실에 따르면 2011년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가 전체 인구의 3.0%(약 150만명)이나,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탈락한 비수급 빈곤층이 4.27%, 재산 기준을 초과하여 수급받지 못하는 빈곤층이 4.28%, 최저생계비 기준을 초과하는 차상위계층 빈곤층이 0.25%로 수급자의 3배에 해당하는 가구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이다.수급자 숫자가 줄어든 배경에는 ‘사회복지통합전산망’의 개통이 있다. 인적 정보와 소득·재산정보가 반영되고, 건강보험공단 및 국세청의 전산자료가 수급자 선정 작업에 사용되면서 고소득의 부양의무가가 있거나 재산 상태를 허위신고한 사례들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복지부는 이렇게 적발된 부정수급자들을 대상으로 이전에 수급 받았던 급여분을 환수하는 조치도 진행하고 있다.쉴틈 없는 영등포 쪽방 상담소
영등포 쪽방촌을 찾으려면 광야교회를 거치면 된다. 광야교회 안에 영등포 쪽방촌을 운영하는 상담소와 홈리스 센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야교회는 영등포 쪽방촌과는 별도로 운영된다. 광야교회가 관할하는 영역은 홈리스센터만 해당된다.영등포 쪽방 상담소는 서울시에서 교회에 위탁받아서 하는 사업으로, 운영비와 직원들 월급은 시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쪽방촌은 건물 수만 67개동에 방 540개. 방과 방들이 숨쉴틈 없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그 방안에서 적게는 1명에서 많게는 16명까지 생활한다.영등포 쪽방 상담소에서는 주로 쪽방촌에 사는 주민 중에서 근로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대상으로 기초생활수급권자로 만들어주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인 경우 일을 도와준다거나, 신용불량자일 경우 신용회복 관련한 업무를 돕는다거나, 긴급 구호물품을 전달한다거나 하는 등 생활 전반에 걸친 편의를 봐준다.하지만 시에서 정해준 4명의 정원으로 480여 세대의 편의를 다 보기는 역부족이다. 쪽방촌 관계자는 “저희 같은 경우, (광야)교회, 홈리스센터, 영등포 쪽방상담소일까지 다 본다. 그래서 이 일 말고는 다른 일을 못한다”며 인력난을 지적했다.이 관계자는 “특히나 폭염이나 한파 때 취재요청이 쇄도해 많이 바쁘다. 각종 언론사 및 국회의원들, 대기업 회장들 등이 쪽방촌을 방문하는데, 그때 같은 경우 쪽방 어르신들도 카메라를 찍어대고 그러면 아주 질색들을 하신다. 평소엔 자주 찾아오지도 않다가 위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니까 왔구나 이런 생각들을 하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