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내부에선 전쟁분위기 사라진 듯
내부 매체들 경제기사 비중 증가…태도 변화 조짐
2014-04-08 국제부
[매일일보]북한이 최근 개성공단 통행을 제한하고 중거리미사일로 추정되는 물체를 동해안으로 이동시키는 등 위협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북한 매체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북한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하는 전략적 노선을 채택했다고 발표한 뒤 노동신문을 비롯한 각종 매체에 경제 활동에 관한 내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노동신문은 8일 1면에 ‘온 나라를 선군문화가 구현된 사회주의 선경으로 전변시키자’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하고 “우리는 당의 뜻을 높이 받들고 자기가 사는 도시와 마을, 공원과 유원지를 선군시대의 요구에 맞게 잘 꾸리고 관리하는 사업에 한결같이 떨쳐나가야 한다”며 나무심기, 살림집(주택) 단장 등의 사업을 독려했다.특히 “원수들이 발악하면 할수록 필승의 신심과 낙관에 넘쳐 멸적의 보복의지로 심장의 피를 세차게 끓이며 선군의 총대높이 경제건설과 인민생활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이 우리 군대와 인민”이라고 주장했다.노동신문이 전날 ‘생산문화, 생활문화 확립에 적극 떨쳐나서자’는 제목의 사설에 이어 이틀 연속 주민을 상대로 문화사업을 독려한 것이다.이날 노동신문은 1∼2면에 순천세멘트(시멘트)연합기업소 시설과 군인들이 공원을 꾸미는 작업을 하는 사진을 각각 게재하는 등 6개면 가운데 4개면을 경제 및 문화에 관한 내용으로 채웠다.노동신문이 이처럼 경제 보도에 신경쓰는 것은 지난달 ‘정전협정 무효화’, ‘남북불가침 합의 파기’, ‘1호전투근무태세’를 강조하며 당장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위협하던 태도와 비교된다.지난달 31일 노동신문 1면에는 탱크와 총든 군인들을 담은 사진이 게재되고 2면의 경우 ‘반미대결전’을 강조하는 정론이 나오는 등 지난달까지만 해도 노동신문은 전쟁 분위기를 고조하는 내용으로 많이 채워졌다.그러나 이달 1일자 당중앙위 전원회의 기사를 시작으로 경제, 교육, 문화 등의 글이 부쩍 늘었다. 대남 기사와 국제뉴스로 채워지는 5∼6면을 제외하고 다른 면에서는 군사적 위협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고 호전적 사진도 자취를 감췄다.대내용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과 조선중앙TV 등 다른 북한 매체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에서도 이달 들어 경제관련 내용이 많아졌다.이 때문에 북한 매체에서는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15일) 축하행사보다 경제 활동이 더 두드러지는 느낌마저 든다.북한이 이처럼 경제활동을 독려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당중앙위 전원회의가 제시한 과제를 수행하는 한편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주민을 동원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당중앙위 전원회의가 경제건설을 강조한데다 농사철이 다가오면서 북한 매체에서 정치적으로 강경한 보도가 주춤한 것 같다”며 “그러나 북한은 미국과 전면대결전을 전제로 주민의 생산을 독려하는 것인 만큼 전략 기조를 바꾼 것으로 보기는 조심스럽다”고 지적했다.나아가 북한 매체의 태도 변화는 최근 대외적 강경 행보가 대규모 전쟁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 수사적 위협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실어준다는 분석도 제기된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