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정은 중태설 길라잡이

2021-04-26     송병형 기자
송병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잠행이 26일까지 보름째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신변에 대한 갖가지 ‘설(說)’들이 나돌고 있다. 현재로는 김 위원장이 원산에 체류 중이며 머지않아 모습을 드러낼 것이란 전망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바탕이 되는 정보의 출처를 감안할 때 가장 신빙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정보는 크게 휴민트와 테킨트, 오신트로 나뉜다. 각각 인적 정보자산(Human Intelligence), 기술 정보자산(Technical Intelligence), 공개 출처 정보자산(Open Source Intelligence)을 의미하는 영어 표현의 합성어다. 김정은 중태설의 발단이 된 것은 이 가운데 오신트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이나 관영 통신사인 조선중앙통신 등은 각각 북한 내부와 외부를 향한 메신저 역할을 한다. 이밖에 라디오와 TV, 각종 기관지와 잡지 등의 자료는 통일부를 비롯한 북한 관련 정부기관들은 물론이고, 북한 연구가나 전문가들에게 기본적인 정보원이 된다. 이런 북한의 매체들에서 김 위원장의 신상과 관련된 이상 조짐이 나타난 것은 지난 14일이다. 북한은 14일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했지만 로동신문 등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2017년 6월 지대함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때는 김 위원장 참관 모습을 공개하며 대대적으로 보도했었다. 14일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하루 앞두고 통상 김일성의 업적을 찬양하는 중앙보고대회가 열리는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앙보고대회는 열리지 않았고 다음날 김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김 위원장이 불참했다. 이로 인해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순항 미사일 시험발사장에서 작은 사고가 발생해 참관 중이던 김 위원장에게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 또는 김 위원장이 무리한 일정에 따른 몸살 등으로 잠시 휴식기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야기에 살을 붙인 것은 20일자 데일리NK의 보도였다. 김 위원장이 심혈관 질환으로 지난 12일 향산진료소에서 시술을 받느라 태양절 참배에 빠졌다는 보도였다.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한 이 보도는 일종의 휴민트 정보에 해당한다. 다만 이런 종류의 보도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을 전하는 수준이라 신빙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신뢰할 만한 고위급 정보원에 접근 가능한 정보당국의 휴민트 정보와는 차원이 다르다.  다음날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CNN의 ‘김정은 중태설’ 보도 역시 데일리NK 보도의 연장선상에 있다. 북한에 대한 휴민트 정보는 국내 정보기관이 미국과 일본 등에 비교우위를 가지는 강점 중 강점이다. 하지만 CNN의 정보원은 국내 정보기관이 아닌 미국 당국자였고, 정확한 정보 내용도 불명확한 두루뭉술한 수준이었다. 김 위원장 신변 이상에 관한 정보는 국내 정보기관조차 접근 불가능한 특급 휴민트 정보라는 점에서 역시 신빙성을 담보할 수 없는 보도다. 이후 쏟아진 외신 보도들은 대개 CNN과 마찬가지로 신뢰가 담보되지 않는 휴민트 정보에 기초한 보도들이었다. 이와 달리 한미 정보당국에서는 테킨트에 기초한 보다 신뢰성 높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김 위원장이 원산에서 정상 활동 중이라는 정보로, 인공위성 등 첨단 정보자산을 동원해 수집한 정보였다. 김정은 중태설을 계기로 미군이 첩보위성은 물론이고 도감청 장비와 고성능 광학장비 장착 정찰기 등 첨단 정보자산을 총동원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26일 38노스 역시 별개의 상업위성 정보를 기초로 김 위원장 전용열차가 원산 기차역에 정차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