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인터뷰] 김승호 일바 실장 “국내 가구 기업과 경쟁구도 형성한다”
50년 전통 세계 5대 덴마크 가구 브랜드…중저가 니즈 소비자 확보에 강점 가져
정형화된 韓 가구 시장에 체험 전략 구축…“친환경 목재 외 소재까지 도입해야”
2021-05-06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일바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다른 가구 전시장들과 달리 소파에 눕거나 가장 편한 자세로 앉는다. 가장 편한 자세로 제품을 사용해보고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바의 강점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일바 매장에서 만난 김승호 실장의 설명이다. 일바는 지난 1969년 론칭된 덴마크의 가구 브랜드다. 전 세계 5대 가구 브랜드로, 딜로이트 순위에서 이케아그룹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250위 안에 속한 가구업체다. 북유럽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와 달리 중가와 중저가 제품들을 내세우고 있다.
일바의 고객 전략은 체험에서 시작된다. 김 실장은 “일바는 사람들이 직접 경험하는 마케팅을 최고로 꼽기 때문에 직접 앉아보고 써보는 방식의 매장으로 고객이 유입되는 것을 가장 신경 쓴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모든 마케팅 채널도 매장 유입에 관련해 진행된다”고 언급했다.
매장의 위치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김 실장은 “인근에 위치한 논현동 가구거리에는 일바 사이즈의 매장이 없을 뿐 아니라 오피스 중심의 상권이기 때문에 주거 밀집도가 낮다”며 “현재 매장 인근에는 재개발 세대 수만 2만5000세대에 달할 뿐 아니라 이미 브랜드 네이밍이 확고하기 때문에 논현동 가구거리와 멀어도 괜찮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형화된 국내 가구 트렌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김 실장은 “국내 시장은 정형화된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하나의 트렌드가 발생하면 모두가 따라하기 바쁘기 때문에 해외 업체들에게는 다변화가 필요없어 마케팅이 쉬운 나라로 평가받는다”며 “자신의 표출보다는 남을 의식하는 문화가 강한 것으로 보이지만, 집은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으니 조금씩 개인 성향으로 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친환경을 내세우는 마케팅 기법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 실장은 “E0 등급 원목을 사용한다 해도 도장이 친환경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유럽에서는 E0나 E1 등급이 모두 친환경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이것은 원목에 대한 등급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위적으로 강화한 천이나 소재에는 화학처리가 이뤄진다”며 “오크나 면, 린넨 등을 많이 쓰고 곡선을 사용하는 것이 북유럽 가구와 일바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타 지역에 매장을 설립할 때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맞춤형 전략을 구상할 계획이다. 김 실장은 “일바는 고가, 중가, 저가 제품을 모두 가지고 있어 지역별 소득수준에 맞춰 매장 제품 구성 변화를 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국내 5~7개 직영매장 운영과 온라인 사업 확대를 통해 중가와 중저가 제품의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일바의 국내 상륙은 이케아의 진출과 연관성이 있다. 이케아가 한 국가에 진출하면, 저가 가구 시장이 급격하게 활성화된다. 이후 내구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가 올라감에 따라 무게추는 자연스레 중가 제품으로 옮겨진다. 사실상 재구매율이 모두 중가 시장으로 옮겨진다는 뜻이다. 사실상 중가 제품에 강점을 가진 만큼 소비자의 수요 변동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통상 이케아 매장이 한 지역에 진출하면 5년 뒤 해당 지역에서의 중가 가구 수요가 굉장히 증가한다”며 “저비용으로 집을 바꿔보니 효과가 있지만, 내구성이 받쳐주지 않아 제품을 오래 쓰고 싶다는 니즈가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 실장은 국내 브랜드들과의 경쟁을 예고했다. 김 실장은 “일바는 수입 브랜드임에 불구하고 가격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경쟁이 수월하다”며 “수입브랜드가 아닌 국내 굴지의 기업들과 경쟁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