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삼성과 LG의 경쟁, 세계 1등의 성공 비결
2021-05-06 문수호 기자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두 가전 기업의 경쟁이 뜨겁다. 최근 건조기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TV나 세탁기 등 여러 제품에서 벌어졌던 경쟁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양사에서는 서로 간 경쟁에 대해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건전한 경쟁은 매우 중요하다. 한 기업의 독점에서 오는 폐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쟁 시장에서는 이윤 극대화 생산량 지점이 한계수입(MR)과 한계비용(MC)이 일치한다. 가격 역시 이와 동등한 수준에서 결정되지만, 독점 시장에서는 시장가격이 훨씬 높은 지점에서 형성된다. 기업이 일방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게 된다는 뜻이다.
소비자에게 선택지가 없다는 것만큼 불공정한 시장도 없다. 만약 독점 시장이라면 소비자는 일방적인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대소형 TV의 선택도 사라지고 대소용량의 세탁기를 선택하는 일도 없을 수 있다. 오로지 기업에 가장 유리한 제품을 사야 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경쟁이 치열해지면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다양성이 구비된다. 기업은 돈이 되지 않는 제품이라도 고객 니즈가 있다면 제품 라인업에 이를 추가시킨다. 소비자의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오늘의 고객이 미래의 잠재 고객인 만큼 제품 라인업 구비에 만전을 기할 수밖에 없다.
경쟁은 기술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시장점유율 확보와 고객 니즈를 반영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경쟁사보다 반 박자 빠른 기술력 확보가 필수다. 삼성과 LG는 일반인이 알 수 없는 경쟁사 제품의 기술적 단점까지 낱낱이 소개해주니 소비자로서는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회가 제공되는 셈이다.
이 두 회사의 경쟁력은 세계적 가전회사엔 월풀과 GE의 홈 무대인 북미 시장에서도 무시 못 할 수준이다. 오죽 경쟁에 자신이 없었으면 한국산 가전제품에 반덤핑 제소를 걸어 관세를 부과하고 쿼터로 판매량까지 제한을 뒀겠냐 말이다.
국내에선 한 회사가 인기 제품을 출시하면 다른 회사가 유사 제품을 출시하는 등의 행태도 보인다.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시장에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후발 주자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선도 주자의 시장 장악력도 무시할 순 없다.
이로 인해 업계 내에서는 기술력의 LG, 마케팅의 삼성이라고 말하는 이도 간혹 있다. 그러나 기술력의 차이를 마케팅만으로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소비자가 멍청하지도 않고, 뒤처진 시장 점유율을 마케팅 극대화로 반전시키도록 내버려 둘 만큼 경쟁사가 어리숙하지도 않다. 소비자의 선택은 오롯이 기술력도 마케팅도 아닌 가성비 좋은 제품일 것이다.
좁은 국내 시장에 세계에서 손꼽는 두 가전 기업이 경쟁을 벌이고 있으니 당사자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서로를 비방하는 소모전으로 인식하고 낭비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3자 입장에선 결국 이러한 과정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두 회사를 이끄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