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우리는 서로의 민낯을 보았다

2020-05-07     매일일보
원동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여전히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한 국가의 경제력, 군사력, 인종, 종교 등 그 어떤 요소도 고려하지 않고 평등하게 고통을 주고 있다. 코로나19는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 이번 세계 공통의 신종코로나19의 범람을 대처하는 각국의 대응과 진척 상황을 보니, 각 국가의 민낯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국가란 무엇인가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고강도의 격리 정책으로 조금씩 효과를 거두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나라들도 분명 있다.

일본은 방역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특히, 대형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비인도적 대처는 많은 비판을 받으며, 대처는 많은 사망자가 발생 했다. 2020년 2월 이 배에 탑승했던 승객들이 대거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큰 우려를 일으켰다. 2020년 1월 20일 총 3711명(승객 2666명, 승무원 1045명)이 탑승한 뒤 출항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는 일본 가고시마시, 홍콩, 베트남, 대만 등을 거쳐 2월 4일 요코하마로 다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1월 25일 홍콩에서 하선한 80세 남성이 2월 1일 코로나19 감염자로 확진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예정된 일정보다 하루 이른 2월 3일 요코하마항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일본 당국은 본토 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크루즈선을 요코하마항 앞바다에 정박시키고 탑승 인원의 하선을 금지하는 격리 조치를 내린 뒤 검역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배 안에 격리된 승객들 사이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면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는 수백 명이 넘는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다. 이 배에서는 총 705명의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6명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크루즈선이 밀폐 환경인데다 통풍관을 통해 선내 공기가 순환하는 구조이므로 이러한 격리 조치가 감염 위험을 높인다며, 증상 발현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승선자를 하선시킨 뒤 감염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선내 격리 조치를 유지하는 방침을 고수하다 감염자가 속출했고 이에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탑승자 감염이 속출하자 세계 각국은 전세기 파견을 통해 자국 탑승자를 이송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특별기를 보내 대처했다.

필리핀은 더 안타깝다. 확진자 수가 증가하자 국가를 봉쇄했지만, 의료진이 극히 부족한 실정이다. 간호사들이 대거 해외 취업에 나서면서 자국에서는 오히려 의료진이 부족해져 확진자들이 목숨을 잃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서글픈 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한국은 정부가 신속히 대처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대응했고, 시민들 역시 급박한 상황에서도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우리는 그 동안 무의식적 패배 의식이 밑바탕에 있다고 느껴왔다. 특히 경쟁적인 교육 환경과 극심한 청년 실업문제, 그리고 긴 노동시간, 수직적 사회 분위기 등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 헬조선이라는 자기비하적 표현을 많이 접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정부에 대한 비관적 태도는 어느새 "우리나라 좋은데. 이만하면 살만한 나라"로 바뀌고 있다. 엄중한 코로나19 사태가 국가관을 긍정적 방향으로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정말 많은 사건을 겪었다. 그리고 성장했다. 민주주의 항쟁과 경제 성장, 국난 극복을 수없이 거치면서 오늘에 이른 우리다.

이제는 '코로나 이후의 시각'이 필요한 때다. 우리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가졌고, 민주주의를 우리의 손으로 이뤘다. 우리 자신의 역사와 경험이 사태 해결을 가능하게 했다. 긍정적 시각과 자부심을, 세계에 대한 인도주의 식견과 발전을 위한 비판 의식으로 승화시켜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