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디지털 쇼크
2021-05-11 송병형 기자
#올해 초 강남에 문을 연 ‘롸버트치킨’ 1호점은 사람이 아닌 로봇이 닭튀김을 만든다. 서빙까지 로봇이 맡으니 ‘1인 경영’도 가능하다. 주인으로서는 최저임금 인상 부담에서 해방되니 매력적이다. 초기 투자비용이 문제지만 코로나 19 사태 와중에 인기가 급상승, 재료가 떨어져 일찍 문을 닫을 정도라고 한다. 카페, 피자집, 패스트푸드점 등 은퇴자들이 선호하는 창업 전선에 무인(無人) 로봇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LG생활건강에서는 올해 초 로봇업무자동화 시스템 ‘알 파트장’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알 파트장’은 엑셀·전산시스템 조회 등 단순·반복 업무를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로봇이다. 첫 도입된 8대가 수행하는 업무만 249개로, 237명이 연간 3만9000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업무량을 처리하는데 업무성공률이 95%에 달한다고 한다. ‘알 파트장’이 회사 모든 부서의 수작업 업무를 처리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데 그만큼 직원 수는 줄어들 것이다.
#인공지능(AI)형 로봇도 우리 삶에 침투해 있다. 은행 앱에서는 ‘AI 챗봇’이 등장해 고객들의 질문에 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무인(無人) 은행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말한다. 또 경제의 디지털화가 진행될수록 무인화는 금융업을 넘어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 전 산업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3주년 특별연설에서 ‘디지털강국’ 비전을 제시했다. 디지털경제로 신속히 산업 구조를 재편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살아남겠다는 생존 전략이다. 코로나로 인한 미증유의 실업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로봇 시대를 보다 빨리 열겠다니 당장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계 산업 흐름과는 맞다는 평가인데 그러나 디지털화가 사람들 일자리를 잃게 만든다는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은 “이번 코로나 사태 아니었더라도 가게 되어 있는 우리의 미래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비대면 거래들, 재택근무들이 활성화되면서 디지털 경제는 더욱 더 속도를 내게 됐다. 우리는 거기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세계적 석학들은 AI 시대에서 한국이 가장 큰 위험을 맞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25년까지 로봇에 의해 일자리가 가장 많이 대체될 국가로 대한민국을 지목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취업포탈 인크루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의 64%가 ‘AI가 내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단순하고 이직이 심한 노동시장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직무와 그렇지 않은 직무로 일자리 수요가 양극화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물론 인류의 역사는 산업혁명 때마다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는 일이 반복돼 왔다. 대통령도 “디지털 경제는 한편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기존 일자리를 많이 없애게 될 것이다. 이분들을 어떻게 새로 생겨나는 새로운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게 해주고, 옮겨갈 수 있을 때까지 생활을 보장해 줄 수 있느냐가 앞으로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속도다. 코로나가 앞당긴 일자리 구조의 변화 속도에 대응할 준비가 우리 사회는, 우리 정부는, 우리들 개개인은 돼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