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30년 투쟁 잘못" vs 윤미향 "왜곡 안돼"
이 할머니 폭로 기자회견 이후 첫 입장문 발표
수요집회 방향수정 요구에도 정의연 '모르쇠'
궁지 몰린 윤미향 당선인도 정치쟁점화 몰두
2021-05-13 김정인 기자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윤미향(전 정의연 이사장) 더불어시민당 소속 당선인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던 이용수 할머니가 13일 입장문을 내고 '증오만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던 수요집회 등 위안부 관련 시민운동의 수정을 재차 요구했다. 하지만 정의연 측은 별다른 반성 없이 이날 기존 방식대로 수요집회를 강행했다. 윤 당선인도 위안부 운동에 대한 의혹 제기를 정치공작으로 몰아가며 정치쟁점화에 몰두했다. 시민당 흡수통합 절차를 사실상 마친 더불어민주당은 표면상으로는 당국의 조사를 기다리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민주당 최고위원 등은 수요집회 현장에 나와 정의연과 윤 당선인의 방패 역할을 자임하는 등 사실상 '제2의 조국 대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 "투쟁 오류·잘못 극복해야"
이 할머니는 이날 수요집회에 앞서 경향신문에 입장문을 보내 위안부 운동의 문제점을 다시 지적했다. 이 할머니는 '5월 7일 기자회견 이후 관련 논란에 대한 입장문'에서 "(위안부) 문제해결 과정은 가해국의 책임과는 별도로 직접 당사자인 한일 국민들 간 건전한 교류 관계 구축을 위한 미래 역사를 준비하는 관점이 필요하다"며 "양국 학생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한일 양국의 미래 관계를 구축해 나갈 학생들 간 교류와 공동행동 등 활동이 좀 더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는 "수요집회가 일본에 대한 증오만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는 기자회견 당시 지적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할머니는 또 "지난 30여년간 진실을 밝히기 위한 투쟁 과정에서 나타났던 사업 방식의 오류나 잘못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것이 누군가를 비난하는 과정이 아니라 현 시대에 맞는 사업방식과 책임 있는 집행 과정, 그리고 투명한 공개를 통해 국민 누구나 공감하는 과정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회계의 투명한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정의연과 윤 당선인을 향한 호소로 읽힌다.
이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간 졸속 합의와 관련하여 정부의 대민 의견 수렴과정과 그 내용, 그리고 정대협 관계자들의 정부 관계자 면담 시 대화 내용 등 관련한 내용이 조속히 공개되어 우리 사회의 신뢰가 회복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윤 당선인이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느냐는 문제를 두고 관련자 간 설전만 오갈 뿐, 이를 명확히 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손을 놓은 채 갈등을 확산시키는 상황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윤미향, 반성 없이 "30년 운동 훼손" 엄포
하지만 정의연은 물론이고 핵심 당사자인 윤 당선인의 태도는 보다 정치색을 강화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대표적인 친여권 방송으로 평가받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이 정치적 이해관계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미래한국당의 사전기획설을 주장한 시민당 대변인의 발언과 비슷한 맥락의 답변이다. 그는 또 자신에 대한 의혹 제기를 30년 위안부 운동을 훼손하는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윤 당선인은 이 할머니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나이든 할머니의 상실감과 서운함 정도로 치부했다. 윤 당선인은 또 자신의 국회 입성에 이 할머니가 기뻐했다는 인터뷰가 허위 논란에 휩싸인 데 대해서도 이 할머니의 '표변'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례대표를 선정하는 과정이 숨 가빠서 신청 전에 할머니와 의논할 수 없었고, 신청하고 나서 이러저러한 급박한 사정이 있어서 신청했다고 했을 때 할머니가 '그래, 잘했다'고 지지해 뛸 듯이 기뻤다"며 "이후 인터뷰에서 '이 할머니가 저를 지지해줬다'고 했는데 그걸 들은 할머니가 '죽을 때까지 위안부 문제는 해결해야지 어디로 가느냐'고 말했다"고 했다.
❚민주당, 겉으론 신중...의원들은 엄호 행각
이처럼 이 할머니와 윤 당선인 간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윤 당선인을 소속 의원으로 안게 된 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당국의 조사결과를 기다린 뒤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송갑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외교부, 국세청, 행정안전부 등 각 단위에서 자연스럽게 (사실확인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따로 진상조사는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그것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도부의 일원인 정춘숙 최고위원은 이날 열린 수요집회에 나와 "정의연의 노력을 폄하하고 왜곡하는 세력이 너무 많다"며 적극 엄호에 나섰다. 구본기 최고위원도 이 자리에서 "전력을 다해 연대하겠다"고 했다.
야당은 성금 사용의 투명성 검증이 핵심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박성중 미래통합당 의원은 "제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 사무총장 출신으로, 이런 지원단체와 각종 공익법인·시민단체·구호단체를 많이 봤다"며 "회계 오류로 30년 활동을 폄훼하지 말라는데 (윤 당선인은) 양의 탈을 쓴 늑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 있다면 회계 관계를 다 공개하거나 아니면 검찰·경찰의 조사·수사를 통해 깨끗하게 밝혀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