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이자 10부 받는 명동 사채큰손, 베니스의 상인 중 '샤일록' 떠올라
코로나로 돈맥경화 극복하려면 제도권 금융규제 탄력적으로 풀어줘야
2021-05-14 이승익 기자
[매일일보 이승익 기자] 금융은 사람으로 비교하면 동맥이다. 피의 순환이 활발해야 건강하듯 한 국가의 금융도 구간구간마다 제 역할을 하며 활발하게 돌아야 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건강해진다. 지금은 대한민국을 넘어 전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와 전쟁이다. 지구촌 확진자가 400백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만 보더라도 30만명에 육박한다. 이 정도면 총칼 없는 전쟁이나 다름 없으니 전 세계 3차대전, 그 이상이라해도 무방할 듯 하다.
이런 재난상황에서 모든 글로벌 기업은 수출입이 중단되고 해외 출입국도 사실상 힘들게 됐다. 국가마다 내수경제에서 당분간 길을 찾고 버틸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상황이라고 답이 있을까. 소비는 대폭 위축됐고 실업자들은 넘쳐난다. 기업들은 코로나 펜데믹을 넘어 경제 펜데믹으로 사실상 경제 생태계 붕괴위기에 직면했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비축해둔 현금성 자산과 부동산 등 고정자산을 이용해 작금의 환난을 넘어갈 수 있다 치지만 소상공인들에겐 그저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면 주 52시간 규제와 최저시급, 업종별 각종 규제는 이제 더 이상 탓 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직원 월급 걱정만 하다 한달이 하루처럼 지나간다고 하니 어떠한 위로도 못할 판이다.
예전 같으면 1금융권에서 이미 대출이 찬 중소기업은 2금융권인 저축은행에서 추가 유동성을 확보했다. 그러나 최근 저축은행들을 보면 소상공인의 붕괴로 인해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며 신규 대출의 문도 턱없이 좁아졌다. 거기에 더해 각종 기업들의 기업범죄 수사에 저축은행이 참고인 또는 공동정범으로 묶이며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는 곳도 많아졌다.
저축은행은 이제 더 이상 서민금융,중소기업의 동반자라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내홍을 겪었다. 가뜩이나 경기침체가 급속도로 빨라지다보니 하루하루 본인들의 유동성을 해결하기도 벅찬 곳 뿐이다. 사정이 그러다보니 서민들과 기업들은 이제 3금융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나마 법정 최대이자를 내는 제도권 대부금융체로 가면 다행이지만 이마저도 신용이 안되는 기업은 명동 사채시장을 노크한다.
최근 라임사태를 취재하던 중 어느 명동 사채회장을 접하게 됐다. 기업들에게 월 이자를 10%(10부,연리 120%)까지 받는다고 자랑질을 하는 그의 모습에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온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의 얼굴이 오버랩 됐다.
자본시장은 풍선과도 같다. 한쪽이 줄어든 만큼 기존의 자금수요는 다른곳으로 이동한다. 사람이던 기업이던 살기 위한 본능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가 유동성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국가가 지원하는 재난지원금만으로 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경기가 부양될 것이라 정부의 기대도 크진 않겠지만 더 나아가 절박한 코너에 몰린 이들을 위해 제도권에서 저비용의 금융을 접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지금처럼 금융조달의 절벽현상이 오래 될수록 샤일록이 우글대는 사채시장은 음성적으로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서민들은 자기 살점을 도려낼만한 위협의 살인적 이자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지하자금을 양성화 시키려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음성적 사채시장보다 제도권 금융의 규제완화를 통한 세수확보와 범죄자금의 차단 등 더 많은 득을 꾀할 수 있다.
‘샤일록’과 같은 대한민국 사채시장의 회장들은 저축은행이 활발히 돌아갈 수 록 입지가 좁아질 것이다. 그럴려면, 금융당국도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의 악몽에서 이젠 그만 벗어나 당시의 실패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삶아야 한다. 그렇다고, 온갖 규제와 과도한 형법으로만 대안을 찾는 무지몽매한 우는 더더욱 범하지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