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고용창출 여력 부족” 공공 일자리 틀에 갇힌 文정부
156만개 중 공공채용 6.7만개 빼면 세금 알바
2021-05-14 박지민 기자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코로나19로 민간 부문의 자생적인 고용창출 여력이 부족해 공공 부문의 일자리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14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3차 경제중대본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꺼낸 말이다. 정부가 민간의 일자리 창출을 돕는 대신 단기 알바성 공공 일자리를 직접 제공하는 방식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다. 이날 경제중대본 회의에서 정부는 코로나발 실업대란에 대한 대책으로 공공부문 일자리 156만개를 올해 제공하겠다고 했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날 열린 첫 공식 회장단 회의에서 “기업들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정책 역량이 총동원돼야 한다”며 △법인세 인하 △투자세액공제제도 및 이월결손금제도 개선 △근로시간제도 개선 등을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공공 일자리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대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현 정부는 출범 이래 공공 일자리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왔지만, 생산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를 만드는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복지성 단기 알바나 다름없는 일자리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코로나발 고용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제공하겠다는 156만개의 일자리도 기존 공공 일자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156만개 중 94만5000개는 올해 본예산에서 미리 예정된 것으로 기존 공공 일자리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정부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새로 만들겠다고 밝힌 55만개의 일자리는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10만개 △취약계층 공공일자리 30만개 △청년디지털 일자리 5만개 △청년일경험 일자리 5만개 △중소·중견 채용보조금 지급 5만개 등이다. 대부분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단기 임시직이고, 청년디지털 일자리 5만개 역시 정부 보조금 사업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겠다는 ‘한국판 뉴딜’과의 연계성도 미약하다. 김 차관은 “55만개 직접 일자리 사업은 공공부문에서 하는 것이고 별도 투자 없이 한시적으로 인력을 집중 투입해 즉각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일자리다. 반면 한국판 뉴딜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구조 변화에 대응해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고 민간의 지속가능한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목표”라고 했다.
156만개 일자리 중에 확실히 안정적인 일자리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채용에 다른 6만7000개 정도가 전부다. 김 차관은 “정부가 일차적 역할을 해나가고 생활방역 전환과 주요국 봉쇄조치도 완화되면 민간부문에도 고용능력과 고용 창출 능력이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