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령화와 교통사고

한국교통안전공단 인천본부 유진화 교수

2020-05-18     김양훈 기자
[매일일보] 고령화는 전체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이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인구 증가율을 보면 전체 인구는 0.5%인데 반해 65세 이상 고령자는 4.0%로 전체 인구 증가율보다 8배 높아 고령화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운전면허 소지자 증가율도 고령자 (11.2%)가 전체 연령대(2.5%)보다 4.5배 높다. 이러한 현상은 베이비붐 세대(’55년~’63년생)의 진입으로 향후 더 가파른 증가를 보일 것이다. 고령화로 대두되는 문제 중 하나는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의 심각성이다. 2018년 60대 후반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치사율(2.12)은 비고령운전자(1.57)보다 높았고, 70대 후반부터는 급격히 증가하여 80대 이상 운전자(6.14)는 60대 후반 운전자(2.12)보다 3배가량 높다. 이는 고령화 단계가 높아질수록 교통사고의 심각성이 높아짐을 알 수 있다. 정부는 고령자의 운전면허증 자진반납 유도 등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감소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동권 보장은 삶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에 많은 고령운전자들이 운전면허증 반납을 꺼리고 있다. 따라서 고령운전자에게 교통사고 위험성 교육을 통한 설득과 대체 이동수단에 대한 지원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유형을 보면 공작물 충돌, 도로이탈과 전도/전복 등 차량 단독사고로 인한 치사율이 다른 사고보다 매우 높다. 도로형태별 고령운전자 사고 치사율은 터널, 지하차도 그리고 교량 위 사고가 높다. 특히 터널과 지하차도 사고는 고령층일수록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진입 시 눈이 적응하는데 필요한 암순응 시간이 증가한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도로선형별 고령운전자 사고 치사율은 좌/우 커브의 내리막 사고가 다른 사고보다 높다. 이는 노화로 근육이 줄고, 운동의 정확성과 조정능력의 감소로 내리막 운전 시 가속도 증가에 대한 반응시간이 지연되며, 속도유지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운전자는 정보의 90% 이상을 시각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고령자의 시력 저하는 안개나 흐린 날씨에 운전 시 차선이나 중앙분리대를 지각하는데 어려움을 준다. 안개 낀 날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치사율이 높은 것은 시각적 노화와 관련성을 보여준다. 운전은 시각과 청각 등 신체적 기능과 인지 기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고령운전자는 신체와 인지기능이 저하되어 교통사고 발생과 심각성을 높이는데 영향을 받게 된다. 노화수준이 증가하면서 운전 중 도로표지판 정보, 보행 중 교통안내문이나 표지판 등을 판별하는 능력도 감소하여 교통사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고령운전자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교통신호 준수와 정지선 지키기, 방향지시등 켜기 등 가장 기본적인 교통법규를 더욱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그리고 시인성이 떨어지는 흐린 날씨나 안개 낀 날 그리고 야간에는 운전을 피해야 한다. 또한 고령보행자는 신체적 능력이 저하되어 평균 보행속도도 느려지고, 근육의 퇴화로 많이 걷는 것도 꺼려 무단횡단의 유혹이 많다. 신체적으로 약한 고령자는 속도가 낮은 상황에서도 무단횡단 사고가 사망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항상 횡단보도로 우측통행을 하는 안전보행을 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