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뚫고 中 찾아간 이재용…글로벌 현장경영 재개

이재용의 ‘타이밍’ 승부수…“선제적 대비 없으면 미래 없다” 코로나 위험 감수…정의선 회동 일주일 뒤 연이은 경영행보 中반도체 굴기 도전과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 비전 갈림길

2021-05-18     이상래 기자
이재용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국 사업장을 방문한 것을 두고 이 부회장의 글로벌 현장경영이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을 무릅쓰고 이 부회장이 중국을 직접 찾은 것은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선 변화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시간적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이 부회장이 찾은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공장이다.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가 생산된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전자에게 중요한 생산 기지인 것이다. 이날 시안 사업장 방문에는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 등이 함께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7일 김포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출국했다. 이 부회장은 기업인의 경우 현지 격리 없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패스트트랙’을 통해 중국 현장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이번 중국 방문은 코로나19 사태 후 글로벌 기업인 중 처음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아직 진정되지 않은 만큼 이번 출장은 이 부회장에게 위험할 수 있다. 실제 이 부회장은 중국 출장에서 귀국하면 국내 방역 지침에 따라 2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위험 속에서 이번 출장은 지난 1월 브라질 출장 이후 4개월 만에 이뤄졌다. 이 부회장이 직접 결단하지 않으면 성사가 불가한 출장이란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중국 사업장을 찾아 타이밍을 강조했다.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 “선제적 대비” 등 이 부회장 메시지는 ‘타이밍’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부회장의 ‘엄중한 위기의식’이 묻어난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새로운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의 글로벌 기업 경영은 코로나19 사태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이 이날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고 강조한 점도 궤를 같이한다. 이 부회장의 절박한 변화 의지는 지난 6일 입장문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이 부회장은 당시 “삼성을 둘러싼 환경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시장의 룰은 급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며 ‘절박한 위기의식’이라는 표현도 직접 썼다. 이 부회장은 ‘뉴 삼성’ 선언 후 국내외 가리지 않고 현장경영을 재개했다. 지난 13일 이 부회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단독 만남을 가졌다. 전례 없는 재계 1, 2위 총수 간의 회동이었다. 현대차 총수가 삼성 사업장을 찾은 것도 처음이었다. 자동차 사업을 두고 경쟁했던 과거에 얽매이기 보다는 현재·미래의 생존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재계 3세들간의 위기의식이 만남을 성사시켰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이 이날 방문한 시안 반도체 공장도 삼성전자의 미래와도 관련 깊다. 지난해 10월 리커창 중국 총리는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중국 시장은 넓고 산업이 중저에서 고부가가치 분야로 나아가고 있으며, 거대한 사업기회가 놓여있다”며 “중국의 대외개방의 문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반도체 비전’을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맞물려 삼성전자 시안 공장은 삼성 반도체가 ‘위기이자 기회’라는 메시지를 주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