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도시 재개발의 사전적 의미는 기존 도시환경의 기능저하를 막고 변화에 맞춰 계획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노후주거지를 밀어내고 아파트단지를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재개발사업의 모습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라는 관련 법령의 이름도 직관적이다.
재개발사업은 사업지역에 위치한 토지나 건축물의 소유자들이 설립한 조합이 주체가 돼 진행된다. 그렇지만 소유자들의 이해관계 등이 다양하다보니 막상 재개발 사업의 추진은 쉽지 않다. 사업 자체의 반대는 물론 조합원들간의 갈등도 적지 않다. 조합장을 위시한 조합의 비리도 종종 터져나온다.
이럴때면 제기되는 대안의 하나가 공공부문의 개입이지만 애초부터 복잡한 민간의 이권사업에 공공이 참여하기는 어렵다. 한 때는 신탁회사가 정비사업의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방안이 제시된 적도 있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이런 배경을 감안하면 최근 발표된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방안’의 주축인 ‘공공재개발 활성화’는 분명 참신하고 사회에 필요한 시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일부 검토할 부분들이 눈에 띈다.
우선 기존 도시재생정책과 방향성 등이 상충될 가능성이 있다. 재개발 지역의 모든 주민들이 재개발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기에, 대규모 재건축과 재개발을 배제한 지난 몇 년간의 도시재생은 분명 서민정책의 면모를 가졌다. 때문에 3기 신도시가 지금의 핵심 주거공급대책이 됐지만 이와 달리 공공재개발은 고밀도 개발을 통해 서울 내의 주택공급을 늘려야한다는 의견을 반영한 면이 크다.
이주갈등과 사업리스크 등을 해소해 사업기간을 단축한다는 것이 실무적으로 가능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용도지역의 상향과 기부채납의 완화는 사업성을 높이는 요인이 맞다. 지금까지는 사업지에 따라 이를 둘러싼 특혜 논란도 벌어지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주거와 상업시설, 지분률 차이 등이 얽힌 이해관계를 간단히 해소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통합심의까지 더해져 조속한 사업승인이 최우선 목적이 된다면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실제로 기존 도심에서 고밀도 개발이 이뤄지면 일조권 침해같은 문제가 종종 발생하는데, 사업 인가의 소요기간을 단축한다면 저런 부분이 간과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그 밖의 장점도 지금으로서는 충분치 않다. 가령 지분형 주택은 집주인과 공공시행자가 지분을 공유하고 10년 뒤 매입할 때도 이익을 공유하니, 공공이 손해를 볼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오히려 10년의 공유기간은 추가분담금 여력이 없는 저소득 조합원의 내몰림 시기를 10년 연장할 뿐이다. 왜냐하면 재개발지역에서 경제력이 취약한 조합원은 10년 뒤에도 공공지분의 매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세입자에게는 공공임대 입주자격이 주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의 역차별도 된다.
리츠처럼 운영하는 수익공유형 전세주택도 마찬가지다. 임대기간이 종료된 뒤에 그때의 시세로 매각할 수 있을지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것 등은 조합이 임대주택비율을 높이는 것에 대한 반대급부를 희석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분양이 발생한다면 공공이 함께 책임을 분담하는 것인지도 불명확하다. 공공재개발로 만드는 주택의 품질수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그렇다. 이런 식이라면 굳이 재개발 조합들이 공공의 참여를 허용할 이유가 줄어든다.
따라서 공공 재개발의 활성화는 빠른 시행에 앞서 충분한 의견수렴과 보완을 거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사업 기간을 기존의 절반 이하로 단축하겠다는 공공재개발의 특성을 현실의 여건에 맞춤으로써 동 제도가 의도치않은 피해의 여지를 줄여야 할 것이다.
◇주요약력
△공공기관 자문위원(부동산· 민간투자사업 등) 다수 △건축· 경관·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다수 △도시·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 다수 △명예 하도급 호민관·민간전문감사관 △한국산업인력공단 출제위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