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 한라건설 유상증자 참여에 시장 실망감
2014-04-15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만도가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단독 참여한 것을 두고 증권업계에서는 우려가 현실로 됐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증권사들은 만도의 목표주가를 낮추면서 사실상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한라그룹은 지난 12일 만도와 만도 자회사 마이스터를 통해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당초 참여가 예상됐던 범현대가는 불참해 전액 만도가 유상증자를 책임지게 됐다.만도는 유상증자 참여 방안으로 마이스터에 3786억원을 출자해 이를 마이스터가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3385억원을 지원하게 된다. 정몽헌 회장도 50억원의 사재를 투입한다.이번 유상증자에 증권사들은 그룹 리스크가 현실화 됐다는데 입을 모으면서 단기 악재로 평가했다.신한금융투자 최중혁 연구원은 “유상증자의 대부분을 만도가 부담하게 되면서 시장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고 말했다.최 연구원은 “탄탄한 실적에 성장성을 갖춘 만도와 달리 악화된 한라건설의 재무상태는 만도 주가에 늘 부담이 됐다”며 “한라그룹은 외환위기 당시 그룹이 해체될 때 만도를 매각한 바 있는데, 이같은 일이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할 정도로 이번 유상증자에 우려를 표명했다.그는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추고 목표주가를 기존 17만원에서 반토막 난 8만7000원으로 조정했다. 이는 지난 12일 만도의 종가가 9만9500원보다 낮은 가격이다.하나대투증권 역시 목표주가를 11만4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하나대투증권 송선재 연구원은 “이번 대규모 출자는 소액주주 가치에 반하는 행동”이라며 “만도 투자로 본업이 아닌 건설업에 노출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고 진단했다.
KDB대우증권도 투자의견을 '단기매수'로 하향조정하고 목표주가는 33% 내린 11만1000원으로 제시했다. 현대증권도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로 내린 뒤 목표주가를 10만5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이번 유상증자에 만도가 직접 참여하지 않고 자회사를 통해 참여한 것은 상호출자제한에 걸리지 않는 마이스터를 통해 순환출자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한라건설은 만도 지분 19.99%를 보유한 지배주주다.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마이스터는 100% 만도의 자회사이면서 한라건설 지분 5.41%를 가지고 있다.이번 유상증자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마이스터의 한라건설 지분이 높아져 결국 한라건설→만도→마이스터→한라건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강화된다.신영증권 이형실 연구원은 “한라건설 유상증자 금액 대부분을 만도가 부담하면서, 한라건설 리스크가 만도로 전이됐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하이투자증권 고태봉 연구원은 “이번 증자참여로 만도차이나홀딩스의 성공적인 IPO가 가능할지 의문이다”며 “IPO 자금이 회사의 성장이 아니라 한라건설에 투입된다는 사실은 중국 투자자들에게도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IPO가 성공한다고 해도 유입될 현금이 한라건설 출자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를 개선하는데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 중장기 성장동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도는 15일 장 시작과 동시에 하한가로 추락해 오전 11시46분 현재 8만4600원에 거래되면서 하한가 매도 물량에 80만주 이상이 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