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우 "日총리 사과친서·보상금 해법에 윤미향 표정 곤혹"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비화 공개
2021-05-19 김정인 기자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윤미향(전 정의연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천영우 이명박 정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2012년 한일 위안부 협상 과정에서 윤 당선인과 관련된 비화(祕話)를 소개했다. 일본 총리의 사과 친서와 일본 정부의 보상금을 골자로 한 일본 측 위안부 해법을 설명하며 극렬 반대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당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이끌던 윤 당선인이 매우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는 내용이다. 천 전 수석은 위안부 문제 해결이 정대협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천 전 수석은 19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자신이 외교안보 수석으로 재직할 당시인 2012년 무렵 한일 양국의 위안부 문제 협의 과정의 내막을 공개했다. 천 전 수석에 따르면 2011년 12월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 이후 한일 관계가 내리막을 걷게 됐다. 이후 하노다 총리는 한일 관계 복원을 위해 이듬해 봄 당시 사이토 관방부장관을 특사 자격으로 한국에 급파, 위안부 문제 해법을 제시했다. 해법에는 '주한 일본대사가 위안부 피해 생존 할머니를 한분 한분 찾아뵙고 일본 총리대신의 사과 친서와 일본 정부 보상금을 직접 전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천 전 수석은 "일본이 국가 예산으로 보상금을 지불한다는 사실을 우리 정부는 '일본이 국가책임을 인정했다'고 해석하고 국민에게 설명하겠다. 이를 추후 일본이 '국가책임을 인정한 게 아니다'라는 소리를 하면 이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하자 사이토 부장관이 아주 난처해하며 확답을 하지 못하고 (논의를 위해) 일본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천 전 수석은 사이토 부장관이 돌아간 이후 일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윤 대표를 각각 만나 위안부 문제 해결책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물었다고 한다. 그는 "윤 대표에게 사이토안을 설명하고 혹시 그런 방향에서 타협이 되면 정대협이 환영 지지는 못하더라도 극렬한 반대는 하지 말아달라. 위안부 할머니가 살아계시는 동안 이보다 나은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을 했다"며 "그러자 윤 대표 얼굴에 아주 곤혹스러운 표정이 가득했다. 그 표정을 보고서야 '정대협과 할머니들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구상하던 해법이 할머니들에겐 나쁠 게 없지만, 정대협으로선 이제 문 닫을 준비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정대협엔 사형선고를 전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천 전 수석은 할머니들은 해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었다고 했다. 할머니들의 소망과는 정반대로 정대협은 단체 존속을 위해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원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엄청난 비밀이지만 언론이나 정부 당국자는 다 알고 있어도 언급 자체가 금기시되는 성역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