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이 北측 ‘대화 거부’로 규정한 까닭은 뭔가

靑 “긴장감 계속 늦출 수 없는 상황 염두 둬”

2014-04-15     김영욱 기자
[매일일보]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이 대화 제의를 거부하자 고심 끝에 깊은 유감을 표시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북측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이 “교활한 술수”라며 반발한 것과 관련, 청와대는 14일 심야에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가 북측의 구체적인 도발 움직임을 포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이날 오후 9시30분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 조평통 대변인 언급 관련 정부 입장’이라는 긴급 브리핑을 갖고 북측 반응을 ‘대화 거부’로 규정한 박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한 외교안보라인은 오후 내내 회의를 열고 북측 입장이 나온 배경을 지속적으로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안보실장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논의 상황은 수시로 대통령에게 보고됐다.정부는 논의 끝에 북한이 명확히 대화를 거부했다고 결론 내렸다. 북측이 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을 감행하기로 결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 등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발에 앞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로 해석했다는 의미다.박 대통령은 최근 여당 수도권 원외당협위원장, 민주통합당 지도부 등과의 식사자리에서 연일 북측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냈지만 끝내 거절당한 셈이다.박 대통령이 북한의 전쟁 위협 속에서도 먼저 대화를 제의한 파격을 선보였지만 비난이 섞인 밥응이 돌아오면서 한반도에는 암운이 한층 짙어지게 됐다. 오히려 대화 제의 이전보다 긴장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특히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개성공단을 두고 박 대통령은 “입주기업들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다. 인도적 입장에서 있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에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이명박정부의 기본적인 대북 입장으로 북측과 내내 갈등을 빚었던 ‘선(先)조치 후(後)대화’와 유사한 스탠스다. 이후 북한은 도발을 일으키거나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비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박 대통령은 대북 문제에 대해서는 시종일관 분명하고 단일한 메시지를 반복했다. “한번도 신뢰프로세스를 전제로 하되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것이다. 외국 정상을 만나고 통화할 때마다, 외국 투자자들을 만날 때도 이 같은 메시지를 빼놓지 않았다.이같은 대응은 초기에 양호한 점수를 받았다. 과거와는 달리 미국뿐 아니라 중국까지 적극적인 협력의 구도로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외교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북의 압박이 날로 세지면서 이에 비례하는 강도로 대북 관리 능력이 도전을 받고 있다.청와대는 사태의 장기화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15일 “(북의 도발에) 긴장감을 계속 늦출 수 없는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우선 지금까지 해 온 대로 ‘우리 군은 충분한 전쟁 억지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동시에 화해의 손짓도 지속할 전망이다. 지난 12일 한국과 미국이 내놓은 공동 성명은 이 같은 전략의 일단을 보여준다. 여기서 한·미 양국의 ‘9·19 공동 성명 이행 준비’를 언급함으로써 북한의 행동에 따라 이에 상응하는 포괄적인 대북 지원 내용이 포함된 합의 사항을 준수할 자세가 돼 있음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