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미래로 통하는 문, ‘정약용 도서관’ 개관에 부쳐

조광한 남양주시장

2020-05-21     김동환 기자
[매일일보] “오직 독서 이 한 가지가 큰 학자의 길을 좇게 하고, 짐승과 구별되는 인간다움을 만든다.” 그는 자신의 첫 번째 소원이 방안을 책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라고 한 뒤 1,304권의 책을 진열했다. 바로 정약용(1762 ~ 1836) 선생의 일화다. 이번 주 금요일이면 남양주 최대이자 국내 6번째 규모의‘정약용 도서관’이 개관할 예정이니 이처럼 책을 사랑하셨던 선생께서도 꼭 열수(한강변)를 따라 조안면 생가에서 다산동까지 직접 오셔서 22만3천권의 장서를 갖춘 도서관을 흐뭇하게 둘러보시리라 기대해 본다. 지금까지는 도서관이라고 하면 일렬로 빽빽하게 늘어선 서가와 책장 넘기는 소리내기도 힘든 적막한 분위기, 나무 칸막이로 막혀있는 독서실 책상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정약용 도서관에는 독서실 책상과 열람실이 없다. 대신에 1층에는 키즈존과 베이커리 카페, 편의점, 청년 스타트업 스토어가 방문객을 맞이하고, 2층에는 공유공방과 공연장 그리고 레스토랑이 개방형 자료실과 어우러져 있다. 3층에는 도서관의 가장 핵심적인 공간인 커뮤니티 존(Community zone)이 있다. 이 공간은 열람실을 뜻하는‘서재(Reading Room)’가 아닌, ‘거실(Living Room)’처럼 조성해 크고 작은 세미나와 컨퍼런스를 수시로 개최 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위대한 실학자이셨던 선생의 면모에 걸맞게 옥상에는 태양광 발전설비를 갖춰 전기소모량을 30% 줄였고, 지열 냉난방시스템과 빗물 재활용도 가능한 에너지효율1등급, 녹색건축물로 설계했다. 정약용 도서관은 운영 측면에서도 최고를 자랑한다. 스마트폰으로 미리 예약을 하고 바로 찾아갈 수 있는 디지털 픽업 서비스는 물론

추천 도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1층 종합 데스크에서 시민들은 실시간 인기 대출 도서 목록과 대출 트렌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1월에 착공한 정약용 도서관이 이처럼 이색적이고 품격 있는 문화공간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데는 말 그대로 많은 이들의 피, 땀, 그리고 눈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작년 5월에는 도서관과 도시공사 직원들이 직접 네델란드의 암스테르담 도서관과 스웨덴의 스톡홀름 중앙도서관을 방문해 북유럽스타일의 감각적 공간구성, 채광과 개방감을 중요시한 인테리어 컨셉을 배워왔다. 여기에 도서관 최초로 세련된 디자인의 가구 배치와 인테리어 조명으로 시민들이 호텔 로비 수준의 고급스러움과 쾌적함을 느끼며 머물 수 있게 배려했다. 현장 방문만 수십여 차례, 공간배치 보고회, 가구 디자인 자문회의, 편의시설 보고회 등 백여 번이 넘는 회의를 거쳐 그야말로 계단 하나, 의자 하나, 서가의 조명 하나까지 꼼꼼히 체크했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커피와 식사를 즐기고, 자녀를 돌보기도 하며, 비가 올 때는 잠시 비를 피해 휴식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꼭 책을 읽으러 오지 않더라도 도서관의 분위기를 느끼며 편안히 쉴 수 있도록 문턱도 최대한 낮추려 노력했다. 어느 것 하나 정성이 닿지 않은 곳이 없으니 개관을 며칠 앞둔 지금은 눈감고도 조감도를 후딱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머릿속에 훤하다. 물론,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개방형 실내 구조와 고품격의 문화 커뮤니티 공간, 그리고 스마트한운영 방식이 결합한 정약용 도서관은 또 하나의‘책 저장소’가 아니라 시민이 삶의 질을 높이고 스스로 문화를 생산하며, 교양을 쌓을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지적 인프라의 중요한 거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지금보다 앞으로의 모습이 더 기대되는 정약용 도서관. 5년 후, 10년 후에는 정약용 도서관이 배출해낸 얼마나 많은 정약용의 후예들이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