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고 바다 건너 안방까지 넘보는 ‘플루 공포’
자고 일어나면 ‘새 환자’ 추가…신종플루 급속확산에 대한민국은 지금 초비상
2010-06-01 류세나 기자
10여명 퇴원했지만…전파된 바이러스 위험은 ‘여전’
유학생 귀국할까 ‘조마조마’…지역사회 확산 초읽기?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지난달 중순 입국한 강남 C어학원 영어강사 일행 70여명 중 20여명 이상이 인플루엔자 A(H1N1, 이하 신종플루)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관련당국의 방역체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전 세계적으로 100여명을 넘어섰지만 그동안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감염빈도가 낮은 국가로 인식돼왔다. 그런데 최근 10여일새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국내에서도 신종플루가 확산일로를 걷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곧 다가올 여름방학 기간 중 해외에서 많은 유학생과 여행객들이 입국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바이러스 유입에 대한 공포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실제로 지난달 28일 미국 어학연수를 다녀온 19세 남학생이 확진환자로 판정받으면서 이 같은 우려는 ‘벌써’ 현실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신종플루 진정국면’ ‘신종플루, 일반독감되나’ ‘감염자도 퇴원하고…신종플루 소강국면’ ‘국내 신종플루 주춤…추가 의심신고 없어’….
잠복기 환자, 입국대 통과 ‘가뿐’(?)
“불특정 다수와 접촉한 것은 사실”
하지만 신종플루는 높은 감염력과 달리 치료는 비교적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 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신종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격리치료를 받아왔던 C어학원 강사 등 10여명이 퇴원했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본부 한 관계자는 “증상이 나타난 날을 기준으로 7일 후 증상이 완전히 회복돼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퇴원조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퇴원소식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확진판정을 받았던 외국인 강사들이 지하철과 KTX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 도봉·성북·마포구를 비롯해 경기 부천·대구 등지를 오갔던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초 ‘전원 격리했다’던 보건당국의 발표와 달리 외국인 강사 중 일부는 2박3일간 지역사회를 활보했던 것으로 밝혀져 신종플루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대구광역시에 거주하고 있는 회사원 장모(31∙남)씨는 “신종플루에 감염된 외국인 강사들이 우리 지역을 다녀갔다는 뉴스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해당 외국인 강사들과 직접 접촉한 적은 없지만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영업직이다 보니 내가 만난 사람 중 누군가가 그들과 접촉해 나에게까지 전염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면 끔찍하다”고 말했다.장씨는 이어 “아직 돌도 채 지나지 않은 아이가 있는데 최근 뉴스를 보면 이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아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기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이와 관련 중앙인플루엔자 대책본부 한 관계자는 “외국인 강사들과 불특정 다수와의 접촉이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이들에 의한 2차 감염여부는 확인된 바 없다”고 전했다.보건당국-보건소 엇갈린 발표에 공포감만 확산
귀국 러쉬 앞두고 보건당국 ‘초비상’
그러나 앞서 거론했듯이 더 큰 문제는 ‘유학생들의 귀국 러쉬’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이 기간을 이용해 많은 유학생들과 여행객들이 입국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그런데 외국인 강사들의 집단감염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공항 입국과정의 검역에는 한계가 있음이 증명됐다. 특히 신종플루의 잠복기가 7~9일인 점을 감안하면 공항의 검역보다 감염의 조기발견과 의료기관의 정확한 진단∙사후치료가 중요하다. C어학원의 주장대로 확진환자로 판정됐던 어학원강사들의 의료기관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면, 지금도 어디에선가 제2, 제3의 감염환자들이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고 돌아다니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같은 상황을 앞두고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지난달 25일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주재로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 등 전문가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자문위원회를 개최하고 해외유학생 등 입국자 증가에 따른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본부 한 관계자는 “1일부터 15일까지 미주지역 3개의 현지 신문매체와 라디오를 통해 해외 유학생들에게 국내 입국시와 검역시, 입국 후에 신종플루 증상이 나타날 경우 신고를 독려하는 내용의 광고를 집행할 계획”이라며 “또 국내에서도 일반 국민과 의료기관을 상대로 한 홍보를 강화해 신고방법 등을 숙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방학 철을 맞아 유학생 등의 입국행렬이 시작되면 신종인플루엔자가 대거 유입될 수 있다”면서 “해외여행을 하지 않았더라도 발열과 급성호흡기증세가 나타나면 신속하게 병∙의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으라”고 당부했다.신종플루의 공포감이 점차 확산됨에 따라 정부는 긴급소요자금 184억원을 예비비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의 안건이 같은 달 2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4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250만명 분의 항바이러스치료제 구입 등 신종플루 대책비로 994억원을 지원한 데 이은 추가조치다. 이번에 지원되는 긴급 예비비 중 42억원은 공항·항만에 임시 검역보조인력 투입, 열감지카메라 보강 설치, 감염의심 입국자 격리시설 확보 등 국내유입 여행객 검역체계 강화에 지원될 예정이다. 또 이밖에 전국 17개 시·도 보건연구원 정밀진단 장비와 진단시약 지원, 전국 시·도 국가 격리병상 확충 등에 92억원이 배정됐으며 전염 예방·교육·홍보 등에 50억원이 편성됐다. 한편, C어학원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달 중순에 입국했던 외국인 강사들이 한국에 남아 학생들을 가르치게 될지, 본국으로 돌아가게 될지에 대해서는 내부논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며 “한번 신종플루에 감염된 사람은 재차 같은 병에 걸리지 않아 오히려 안전할 것이라는 말들도 있지만 학부모나 학생들의 정서에 따른 문제도 있기 때문에 아직 고민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