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적대관계로? 폼페이오 “악랄한 독재국가...우리가 과소평가”
중국 양회 개막 직전 '적대국가' 규정 메시지
G2 경제전쟁 넘어 미중수교 이전 회귀 조짐
2021-05-21 조현경 기자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중국의 중대한 정치행사인 양회 개막 직전 중국을 적성국가로 보는 듯한 고강도 비판 메시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입에서 연달아 쏟아졌다. 무역분쟁에서 시작된 미중 갈등이 코로나19 책임론 공방을 계기로 경제전면전으로 확산되더니 급기야 미중 수교 이전 적대관계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트럼프, "또라이" "얼간이" 원색적 비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중국 양회 개막을 몇 시간 앞두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중국의 어떤 또라이(wacko)가 방금 수십만 명을 죽인 바이러스에 대해 중국을 제외한 모든 이들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제발 이 얼간이(dope)에게 이러한 전 세계적 대규모 살상을 저지른 것은 다름이 아닌 중국의 무능이라는 것을 설명해달라"고 말했다.
이는 궈웨이민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대변인을 겨냥한 발언이다. 앞서 궈웨이민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WHO(세계보건기구)를 "중국의 꼭두각시"라고 맹비난하는 등 중국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이자, 베이징에서 열린 화상 기자회견을 통해 "일부 미국 정치인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왔다며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는데 그들의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며 "중국이 패권 추구를 위해 코로나19 팬데믹을 이용했다고 비난한 사람들은 편협할 뿐만 아니라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한 바 있다.
▮폼페이오 "중국은 악랄한 독재정권이 통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정협 대변인을 비난하는데 그쳤지만 외교사령탑인 폼페이오 장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직접 겨냥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그는 시 주석이 "중국은 시종 공개적이고 투명하며 책임지는 태도를 보였다"고 말한 것을 거론하며 "그러면 좋았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중국이 진정한 개방성, 진정한 투명성을 보여주길 원한다면 우리가 하는 것과 같은 기자회견을 손쉽게 열어서 모든 기자가 원하는 어떤 것이든 그(시 주석)에게 물어보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브리핑 서두에서 "현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언론의 초점이 중국 공산당에 의해 야기된 도전과제의 보다 큰 그림을 놓칠 위험이 있어 중국에 대한 몇 가지 논평으로 시작하겠다"며 "먼저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말하자면 중국은 1949년 이래 악랄한 독재 정권, 공산주의 정권에 의해 통치돼왔다"고 했다.
▮"미국이 과소평가...베이징, 자유진영에 적대적"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우리는 수십년간 무역과 외교적 접근, 개발도상국 지위로서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을 통해 그 정권이 보다 우리처럼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우리는 베이징이 얼마나 이념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자유주의 국가들에 대해 적대적인지에 대해 매우 과소평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대응은 공산국가 중국에 대한 우리의 보다 현실적인 이해를 가속화시켰다"고 했다.
이는 미중 수교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에 중국을 편입시키며 변화를 기대했지만 중국의 본질은 달라진 게 없고 여전히 자유진영에 적대적이란 사실을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깨달았다는 이야기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면서 중국의 민감해 하는 홍콩, 대만, 남중국해 문제 등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중국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 中매체, 대만 겨냥 "미국 꼭두각시 자처"
현재 대만 등의 문제는 미중 간 갈등의 한가운데 있다. 재집권에 성공한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은 중국의 '일국양제'(하나의 국가 두 체제)을 공개적으로 거부했고, 미국은 이례적으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중국 측은 관영매체를 동원해 즉각 반격하고 나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민진당(차이잉원 소속)이 미국과 손잡고 중국에 반항하려는 의도가 훤히 보이지만 결국 미국에 놀아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차이잉원 정권은) 미국과 중국의 싸움이 자신들의 독립에 이익이 될 거라 믿고 미국의 꼭두각시를 자처하고 그게 안전할 거라 믿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이 국제 질서의 중요한 초석 중 하나라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조차 공공연히 부인하지 못하는 것인데 이를 외면한 채 독립주권을 외치는 꼴이 우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