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증가에도 지출 감소? 누더기 통계 논란

2021-05-21     박지민 기자
강신욱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통계청이 올 1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났지만 지출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내용의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코로나19 영향이란 해석이 있지만 통계조사 방식과 표본이 모두 변경되면서 단순 비교가 타당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입맛에 맞는 통계 추출에 집착하다 누더기 통계를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통계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통계청의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35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만원(3.7%) 증가했다. 반면 가계지출은 394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만2000원(-4.9%) 감소했다. 소득에서는 근로소득(+1.8%), 사업소득(+2.2%), 이전소득(+4.7% ) 등이 모두 증가했고, 특히 재산소득(+22.4%)이 크게 증가했다. 지출에서는 소비지출(-6.0%), 세금·이자와 같은 비소비지출(-1.7%) 모두 감소했다. 이에 따라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고,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38.4% 크게 증가했다. 불황형 흑자다. 하지만 이 같은 평가는 어디까지나 전년 1분기와 올해 1분기 조사가 동일한 표본, 동일한 조사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이번 조사는 그동안 분리해 작성돼 온 소득과 지출 부분을 통합 개편한 뒤 첫 결과물로 표본과 조사방식 등이 모두 달라졌다. 표본은 이전 8000~1만2000가구에서 약 7200가구로 축소됐고, 응답기간도 36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됐다. 조사방식도 면접·가계부조사에서 가계부만 활용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로 인해 월 평균 소득 1000만원 이상 고소득 가구 비율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시계열 비교가 불가능한 통계조사 방식의 변화는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현 강신욱 청장으로 교체된 뒤 나온 것이다. 2018년 1~2분기 소득분배 지표가 역대 최악으로 나타나자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이 현실화됐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황 전 청장의 경질로 이어졌다. 이날 강 청장은 "기존 통계를 끊는 방식이 아니라 중단될 것을 재개하면서 개선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지만 앞서 지난 7일 통계청은 '2019년 연간지출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표본 체계와 조사 방법이 바뀌었기 때문에 2019년 통계를 이전과 비교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