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건설사 지원 '밑빠진 독 물붓기' 우려

무리한 지원 거듭하다 그룹 전체가 위험해질 수도

2014-04-16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재계가 장기 침체로 '계륵' 처지에 놓인 건설계열사 지원을 두고 떨고 있다. 당분간 건설 업황 반등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무리하게 지원을 하다 그룹 전체가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한라그룹은 만도 자회사 마이스터를 통해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마이스터는 유상증자 자금을 만도를 통해 전액 출자받아 활용한다.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시장은 깊은 우려감을 표명했다.지난해 극동건설 지원에 너무 힘을 쏟은 나머지 그룹이 분해된 웅진 사례부터 두산그룹, 동부그룹에 이르기까지 그룹 차원의 전사적인 지원에도 해당기업 주가는 하락을 거듭했기 때문이다.두산그룹은 지난 2월 두산중공업을 통해 두산건설이 실시한 4500억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여기에 더해 두산중공업 사업부인 배열회수보일러(HSRG) 분야도 두산건설에 넘겨줬다.동부그룹은 동부건설 지원을 위해 그룹 오너가 직접 사재를 출연했다.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부자는 지난 12일 138억원 규모의 동부건설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했다. 김 회장과 장남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이 276만주 규모의 BW를 주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번 주식전환으로 138억원의 BW가 부채에서 자본금으로 변경됐다.동부그룹이 오너일가의 사재 출연으로 주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데 반해 두산그룹과 한라그룹은 상장사가 직접 건설사 지원에 관여해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지난 15일 만도 지분 1.77%를 보유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서울동부지법에 만도의 100% 자회사인 마이스터를 대상으로 주금납입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트러스톤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번 가처분 신청 배경에 대해 “이번 유상증자는 28%의 대주주를 제외한 나머지 만도 주주와 종업원들의 이익을 명백히 훼손하는 행위”라며 “만도의 한 해 영업이익에 육박하고 현금성 자산의 80%가 넘는 규모인 3385억원의 자금이 회생 가능성이 불분명한 한라건설의 유동성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투입됐다”고 말했다.만도의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15일 장 시작과 동시에 하한가로 추락했다. 16일에도 역시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특히 건설경기 악화로 지원이 1차례에 그치지 않고 계속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라건설의 실적 개선이 힘들게 되면 이는 곧 마이스터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만도 역시 악영향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영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로 마이스터의 한라건설 실질 지분률이 68%로 높아졌다”며 “한라건설의 부실은 만도의 펀더멘털 훼손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형실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라건설이 유상증자 외에도 골프장과 지연 사업장 매각 등 각종 자구책으로 총 56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건설경기가 어려워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한라그룹은 시장의 우려감에 대해 너무 과하다고 평가했다.한라그룹 관계자는 “만도가 기존 현금성 자산 9000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었고 올해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 및 차이나홀딩스 기업공개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을 모두 합치면 2조원 가까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번 유상증자로 인한 유동성 부족 우려는 전혀 걱정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