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셧다운에 강남엄마는 사교육에 더욱 매진
교육 빈부격차 심해져도 교육부와 학교는 '천수답'
2021-05-25 이승익 기자
[매일일보 이승익 기자] 초중고 자녀를 둔 대한민국 어머니들의 비명이 극에 달하고 있다. 기자도 초등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로서 퇴근 후 귀가하기가 무서울 정도로 아내의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해 있다. 비단, 기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3,40대 가정 대부분이 코로나로 인해 자녀의 개학이 늦춰지며 나타나는 가정불화의 단면이다.
가정사라 언급하기에 다소 창피한 면이 없지 않지만 기자의 가정을 예로 들어보자. 먼저, 집에만 있는 두 아들 녀석은 성장기다보니 엄청난 식성을 자랑한다. 아침,점심,저녁 하루 세끼가 아닌 간식까지 네끼,다섯끼를 먹어 치운다. 그러다보니 집안 내 음식물과 분리수거의 양은 엄청나게 불어 있다.
최근 온라인 수업으로 PC를 장만했더니 두 아들 녀석은 종일 게임만 한다. 이꼴을 보다 못한 아내의 목소리는 연일 높아지고 소프라노 성악가의 고음을 능가하게 됐다. 심지어 애비인 내가 퇴근하고 들어와도 게임에 열중한 두 아들은 나를 유령인간 취급하며 인사도 하지 않은 채 온라인 게임 친구들과 대화에만 여념이 없다.
밤낮도 바뀌어가고 있다. 육아에 지친 아내는 종일 전쟁을 치르다 또래 엄마들과 동네 호프집에서 수다를 떨기 위해 밤마실을 나간다. 그 사이 아이들은 또 게임을 하거나 종일 TV를 보며 새벽까지 좀비가 돼 있다. 이쯤되면 코로나고 뭐고 그냥 개학을 하자는 부모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대한민국 초중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라면 대다수 기자의 글에 동병상련을 느낄 것이다.
회사에서 코로나 팀장을 맡고 있는 기자는 이번 코로나로 인한 사회현상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강남 어머니들의 교육열정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대부분 가정이 공교육에만 의존한 나머지 자녀 교육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이, 강남 엄마들은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교육의 강도를 더욱 높여갔다. 강남엄마들은 역시 코로나가 와도 쉬지 않았다.
필자의 집 건너편 초등학교가 있다. 울타리 넘어 운동장에는 개미 한 마리 얼씬도 하지 않는다. 선생님들은 매일 월급을 받아 가겠지만 코로나 이유로 늘 재택근무만 하는 모양이다. 나름 중산층에 가깝다고 자부하는 기자도 사정이 이런한대 맞벌이 부모의 가정이나 더욱 열악한 가정, 더 나아가 극빈층 가정의 아이들은 지금 어떠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아무리 코로나로 인한 아이들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우선이라 하지만 교육부와 학교도 천수답식의 복지부동 정책만 펴는 것도 분명 자성을 해야 한다. 필자가 지적하는 것은 단순히 개학을 앞당기자는 취지가 아니다. 무상급식을 확대했다고 교육의 평등이 실현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요즘같은 인터넷 비대면 시대, 각종 메신저 프로그램도 많이 있다. 학년이 바뀐지 3개월이 넘었어도 자기반 아이들과 대화 한번 해보지 않은 대한민국 선생님의 수를 따져보면 과연 교육부와 선생님들은 학부모들의 볼멘소리에 어떠한 답을 할 수 있을까. 교육은 시스템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교육의 본질은 사람이고 스승과 제자의 대화에서 시작된다.
코로나로 인해 앞으로 많은 것이 변하고 비대면 사업이 확대된다. 교육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학교를 바라보는 기자의 눈에는 공교육계가 가장 늦은 변화를 택할 것 같다는 우울한 예감이 앞선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만큼은 코로나로 인한 빈부격차의 교육이 더욱 확대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전국의 선생님들이여, 지금이라도 우리반 학생들과 수시로 전화 안부라도 나누며 비대면(전화,메신저 등) 개학이라도 시작해 보는건 어떨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