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고통은 언제나 취약계층을 노린다
2021-05-28 매일일보
코로나19로 인해 노동시장은 강제적으로 새로운 상황에 돌입했다. 유연근무 실험이 이루어졌고, 위기에 직면했을 때 취약계층의 일자리 지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여실히 드러났다. 재택근무로 일자리를 이어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소득이 완전히 끊어져 생계가 막막한 이들도 생겼다. 코로나19 위기가 소환한 노동시장의 숙제다. 이제부터 우리 사회는 이 숙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것인지, 유야무야하고 말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갈등과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고통은 언제나 가장 취약한 계층을 파고든다. 그대로 모른척하고 방치 하면 두면 다시 위기가 왔을 때 상상 이상의 어려움을 맞이할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여파로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가 수면위로 올라왔다. 특수고용노동자,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 전체 취업자 중 고용보험 미가입자가 무려 50%나 됐다. 3월 취업자 수는 2660만9000명인데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378만2000명이다. 작년 8월 기준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임시직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30.1%, 일용직은 5.5%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가입률 70.9%에 비해 크게 낮다.
정부가 수많은 고용대책을 내놨지만, 고작 최대 150만원 지원 정도다. 임시처방인 셈이다. 실제 정부가 그간 내놓은 대책들을 보면 거의 고용보험 가입자에 한해 혜택이 가능하다. 이제는 취업자의 절반이나 되는 고용 사각지대를 안정망 테두리에 들어오게 해야 한다.
국민들도 ‘전국민 고용보험’ 가입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70.4%는 고용보험·실업급여 대상을 모든 취업자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매우 찬성’ 비율은 21.6%, ‘찬성’ 비율은 48.8%였다. 고용보험 가입대상에 특수고용(특고) 노동자와 자영업자를 포함하는 것에 대한 찬성 비율은 각각 78.4%, 68.7%로 나타났다. 고용보험 가입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자영업자도 전 취업자 고용보험 확대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매우 찬성과 찬성 비율을 합해 총 66.8%를 기록했다. 고용보험 미가입자의 72.3%는 고용보험료를 부담하고 가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가입의사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미취업자(73.6%), 자영업자(71.8%), 임금근로자(69.1%) 등 모든 대상에서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처럼 국민적 공감대가 이루어진 만큼 현 시점을 코로나19 위기가 소환한 숙제를 풀어야 할 '골든타임'으로 보고 고용보험 체계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제2, 제3의 코로나19는 또 다시 찾아올 것이고 취약 계층을 노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