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벤츠 코리아에 면죄부는 아니지”

2020-06-04     문수호 기자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지난 2015년 전세계 자동차 업계를 뒤흔든 대형 사건이 터졌다. 이는 폭스바겐이 약 1070만대의 디젤 차량에 배기가스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디젤게이트’라 불린 사건이다. 당시 폭스바겐은 성능을 테스트하는 주행 시험에서는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사용한 반면, 실제 주행에서는 유해물질을 기준치 이상으로 배출 방식으로 소비자를 우롱했다.

2015년 9월 터진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는 아직까지 독일 내에서 수만 건의 개별소송이 진행되고 있는데, 지난달 25일 독일 연방 대법원이 한 고객의 차량의 감가상각분을 제외한 나머지 차량구입대금을 보상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국내에서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독일 연방 대법원의 판결은 한국 내 판결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폭스바겐은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서 40조원 이상의 벌금과 소비자 보상금을 지급한 바 있다.

이번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조작 사건이 우스워 보일 만큼 대규모로 이뤄졌다. 아우디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사건으로, 신뢰성과 기술력이 높게 평가받아온 메르세데스-벤츠가 똑같은 회사였음이 밝혀짐에 따라 사회적 지탄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의 이번 조치로 배출가스 인증이 취소된 차량 총 4만381대 중 벤츠가 3만7154대로 약 9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징금만 776억원으로 이는 5년 전 아우디폭스바겐의 140억원의 5배를 넘는 금액이다.

문제는 이런 심각한 조작이 들통났음에도 불구하고 5월 수입차 신차등록 대수에서 메르세데스-벤츠는 6571대가 팔려 수입차 중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출고 대기 시간을 감안하면 과징금이 확정되기 전 이미 차량을 구매한 이들이 많아 5월 판매가 유지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6월 이후에도 판매 대수가 유지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벤츠에 대한 인식이 심각하다는 것을 뜻한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도 BMW, 일본계 브랜드 차들도 국민 정서에 어긋난 경우 판매가 곤두박질쳤었다. 그러나 벤츠의 경우 부도덕한 행위를 한 기업에 마땅히 나타나야 할 소비자들의 상응하는 행동이 과거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이 무척 우려스럽다.

정부의 방침도 그렇다.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는 수입차 판매를 부추기고 있다. 개별소비세 인하의 취지는 코로나19 등 경제 위기에 맞서 소비 진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인데, 오히려 부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대형차든 고급차든 개소세 인하폭은 같다. 이 때문에 값이 비싼 수입차를 타는 이와 돈 많은 고객들이 오히려 더 큰 혜택을 받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고의적으로 배출가스 조작을 숨긴 거라면 이는 면죄부가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미국 등과 달리 ‘징벌적 손해배상’을 채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막상 이런 일이 생기면 손실 배상이 쉽지 않다.

소비자들이 스스로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불매운동 등 확실한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6월 이후에도 벤츠의 판매량이 고공행진을 그린다면, 벤츠 사대주의적 소비자 인식에 정말 마음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