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세계 최초 벼 노화 조절 유전자 밝혀 수량 증진 새 길 열어”

잎 노화 속도 늦춰 수량 7% 향상, 벼 육종의 오랜 난제 해결

2021-06-05     전승완 기자
[매일일보 전승완 기자] 농촌진흥청은 세계 최초로 벼의 노화 속도를 조절해 수확량을 높일 수 있음을 구명한 연구결과를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 4일자로 게재했다고 5일 밝혔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은 기초과학연구원(IBS) 식물 노화 수명 연구단과 공동 연구를 통해 벼의 노화를 조절하는 유전자를 확인하고, 전통육종기술로 이 유전자가 도입된 근동질 계통을 육성하여 수량이 증진됨을 입증했으며 특허출원까지 마쳤다. ‘근동질 계통은’ 목표 유전자만 다르고 전체 유전적 조성은 동일하다고 여겨지는 한 쌍의 계통을 뜻한다. 농촌진흥청의 이번 연구결과는 ‘벼의 노화 속도를 늦추었을 때 단위면적당 생산성을 증진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계 최초로 증명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작물의 수량성을 증진 시키기 위해 다양한 접근법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이삭이 팬 이후의 성숙기까지 광합성 기간을 연장하여 수량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노화지연’ 이론에 근거한 육종이 시도돼 왔다. 그러나 돌연변이에 기반한 여러 가지 식물 노화 조절 유전자가 발견되고 육종에 활용됐지만, 아직까지 노화 속도를 늦추더라도 수량성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없었다. 이번에 확인한 유전자는 염색체 9번에 있는 엽록소 분해 효소인 OsSGR로, 야생 벼와 인디카벼, 자포니카벼로 종이 분화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을 것으로 추론된다. 국립식량과학원은 벼 잎 노화가 빠른 인디카 벼 품종인 ‘IR72’와 상대적으로 노화가 10일 정도 늦은 자포니카 품종 ‘주남’을 이용해, 지도기반 유전자 동정 방법으로 벼 ‘아종’간 노화 속도를 조절하는 엽록소 분해 효소인 OsSGR 유전자를 동정했다. 식물노화수명연구단은 분자생물학적 연구접근을 통해 자연계에 벼 OsSGR 유전자의 프로모터 염기서열 변이는 8가지가 존재하며, 이 프로모터 염기서열 형태에 따라 엽록소 분해 효소의 발현량이 달라지고 벼 노화 속도가 조절된다는 것을 구명했다. 특히 국립식량과학원은 노화가 느린 자포니카 벼 유래의 OsSGR 유전자를 노화가 빠른 인디카 벼에 도입해 노화 속도를 늦추고, 광합성 효율을 높인 근동질 계통(NIL)을 육성해 수량성이 7% 향상됨을 확인했다. 이 근동질 계통은 이삭의 낟알이 차는 시기에 광합성량이 모본인 인디카 벼 보다 높게 유지될 뿐만 아니라, 노화 지연으로 광합성 기간이 연장되면서 벼 알이 충실이 여무는 비율인 등숙률이 9% 증가했고, 최종적으로 벼 생산성이 7% 향상됐다. 이제까지 다른 연구자들이 시도한 연구에서는 노화만 늦어지고 제때 익지 않아 수확을 할 수 없었지만 본 연구에서 육성된 근동질 계통은 모부본으로 사용된 인디카 품종과 자포니카 품종의 중간 정도의 노화 속도를 가지고 있으면서 수량이 높아져, 농업적 활용 가치가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의 제1저자인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신동진 농업연구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 최초로 작물의 수명을 조절해 수량성을 증진한 연구결과로, 노화 조절 유전자를 이용한 작물 육종의 새 길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쌀의 가격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