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해외금융투자 40% 조세피난처로
[매일일보 강준호 기자]국내 기업이 지난해 말까지 케이만군도, 버뮤다 등 조세피난처에 세워진 금융회사로 송금한 돈의 잔액이 2조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성호 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비금융 국내기업이 조세피난처에 위치한 역외금융회사에 주식, 채권 등 비금융투자 목적으로 송금한 돈의 잔액은 16억2290만달러(1조8152억원)에 달했다.
조세피난처란 자본·무역거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거나 극히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지역을 말한다. 케이만군도 등 전 세계에 30~40곳이 있다.
지난 3년간 케이만군도·버뮤다·버진아일랜드·말레이시아 라부안 네 곳에 대한 송금 잔액은 2010년 말 8억1970만달러, 2011년 말 10억3770만달러, 2012년 말 16억2290만 달러로 2년 만에 두 배가 됐다.
지난해 말 국외 금융투자잔액은 40억450만달러이며 이중 40.5%인 16억2290만달러가 조세피난처로 들어간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케이만군도에 대한 투자잔액이 2010년 4억1710만달러에서 2012년 12억2940만달러로 대폭 늘었다. 이 지역에는 2011년 말 기준으로 삼성, 현대차, 롯데, 한화, 동양, 효성 등 국내 30대 대기업의 금융·비금융 자회사 14개사가 있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투자잔액은 2010년 5670만달러에서 2012년 5100만달러로 제자리걸음 했다. 현대차, 롯데, CJ, 한화, 현대중공업 계열 회사가 13개 포진한 곳이다.
삼성, 현대중공업 두 곳의 자회사가 있는 버뮤다는 이 기간 3억2230만달러를 유지했다.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대한 금융투자잔액은 2360억달러에서 2020억달러로 소폭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저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조세피난처로 향하는 자금이 급증하고 있다"며 "국내 수익률이 저조한 만큼 국외투자가 늘어나는데다 조세피난처에서는 세금 절감분만큼 수익률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