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벼랑 끝에 몰린 ‘코로나 세대’
2020-06-11 매일일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청년층을 덮친 코로나19 고용 충격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산 전부터 수년째 청년 취업난이 누적된 점을 우려했다.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다.
1997년 말 IMF 외환위기가 닥치기 전만 해도 국내 고용시장은 완만한 성장세였다. 청년 일자리도 마찬가지, 그해 4월 20대 고용률은 64.4%였다. 전년도 같은 달 대비 0.6%포인트 증가했다. 1980년대에 미치진 못했지만 취업시장에서 선택의 폭도 넓었다. 하지만 이듬해 외환위기 여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고용률은 급락했다. 1998년 4월 20대 고용률은 전년 대비 6.5%포인트 감소한 57.9%를 기록했다. 감소 폭이 4%포인트 대에 그친 다른 세대에 비해 유난히 충격이 컸다. 20대 고용률은 1999년 2월 55.1%까지 내려갔다. 당시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신규 채용도 대폭 줄였다. 입사시험에 합격한 뒤 출근 날짜를 기다리다가 취소된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대학 졸업 후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이른바 ‘고학력 백수’가 한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도 이때다. 또한 취업난을 피하기 위해 휴학하거나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는 청년도 많았다. 대학 5학년, 졸업 유예 등이 이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큰 폭으로 하락한 20대 고용률은 2000년대 들어 벤처기업이 등장하면서 60%대 초반으로 회복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가지는 못했다. 이른바 ‘IMF 세대’의 등장이다. 그리고 약 10년 후인 2008∼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자 20대 고용률은 다시 50%대로 떨어졌다. 다른 세대의 경우 2009년 하반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청년 취업 시장에는 이듬해까지 충격이 계속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충격은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청년에게 훨씬 가혹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4월 20대(20∼29세) 고용률은 54.6%에 머물렀다. 4월 기준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83년 이후 가장 낮다. 문제는 앞으로 ‘코로나 세대’가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절망적인 시간을 보낼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외환위기 세대인 1997년과 1998년 대졸자의 경우 졸업 후 약 6년이 지난 뒤 직전 졸업자의 임금수준을 따라잡은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코로나 세대’는 기존 세대와의 격차를 해소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2000년 이후, IMF 세대, 금융위기 세대, 그리고 코로나 세대로 이어지는 청년 취업의 약순환은 그대로 혼인율 저하와 출산율 저하로 이어져 국가 경쟁력 약화 시키고 있다. 정부가 이번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그린뉴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지만 보다 강력하고 도전적인 정책으로 경기 활성화와 청년 취업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