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코로나 시대, 감기도 걸리지 마라

2021-06-14     이승익 기자
사진=이승익
[매일일보 이승익 기자] 최근 필자는 고열이 멈추질 않아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가족과 직장, 주변 지인들의 적지 않은 따가운 시선은 코로나 확진 판정 그 이상의 고통을 안겼다. 비단, 이같은 경험은 필자 뿐만이 아닐 것이다. 코로나 기간 방역,위생의 생활화로 여느 때와는 달리 감기 환자들이 많이 줄었다 하지만 생활 속 질병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그러다보니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옛말이 딱 지금의 상황이다. 조금이라도 열이 정상 체온을 벗어나면 나부터 코로나가 아닌지 가슴이 콩닥거리게 된다. 우리가 직면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대한민국을 넘어 지구촌을 ‘혐오’와 ‘분노’ 바이러스로 뒤덮게 만들었다. 최근 프랑스에서 우리 국민을 중국인으로 착각하고 욕설 폭행을 하거나 한인 할머니를 폭행한 사건은 우리를 더욱 가슴 아프게 한다. 해외 먼 곳까지 갈 필요 없이 국내만 하더라도 코로나 환자들에게 이어지는 2차 가해는 개인의 사생활 폭로부터 집단 사회적 구타를 방불케 하는 험한 인터넷 여론이 그들을 가해한다. 이 정도면 '코로나 파시즘'이라 불릴 만하다. 코로나의 가장 큰 피해자는 확진자 본인이다. 그러나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는 순간부터 그들은 죄인이 된다. 가족들은 2차 피해자가 되고 그들의 모든 사생활은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이웃의 따가운 시선은 말할 것도 없고 자녀가 있다면 자녀의 학교, 직장, 가족의 직장,친구 등 말도 못할 정도의 파급력을 지닌채 묵언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한다. 그러다고 이들의 시선을 탓할 수 만은 없다. 코로나로 인한 직장폐쇄와 그로 인한 연쇄파장의 피해는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또 확진자 근처만 있었어도 줄줄이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코로나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사회적 숙제와 고민을 던진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약 이틀간은 필자도 코로나 환자에 준하는 박해 아닌 박해를 주변으로부터 받았다. 다들 위로를 하지만 말에 묻어있는 핀잔은 대략 이랬다. ‘얼마나 싸돌아 다녔으면..’,‘마스크 좀 잘 하고 다니지’,‘니가 코로나면 우린 다 전멸이야’....물론 농담반 진담반으로 한 얘기지만 만약 코로나 양성 판정이 나왔다 생각하면 정말 아찔할 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에 의해 걸리는 그야말로 운이 나쁘면 걸리면 병이다. 물론 위생과 방역, 사회적 거리두기 등 철저히 관리를 잘할 수 록 걸릴 확률이 낫겠지만 그렇다고 걸리지 말라는 법은 없다. 코로나는 언제든 여러분 본인이 그저 일진이 사나우면 걸릴 수 있는 '운 나쁜 로또' 바이러스다. 걸렸을 경우 파급 효과가 워낙 큰 바이러스지만 걸리기에는 너무 쉽게 우리의 위험이 노출된 바이러스다. 즉 우리 모두는 언제든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코로나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딱히 없다. 치료제와 백신은 제약회사의 몫이고 우리는 그저 정부의 지침대로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 생활 속 거리두기에 충실할거 외엔. 그렇다 하더라도 여러분께 한가지만 당부하자. 주변에 코로나 확진자가 생기거나 의심환자가 생길 경우, 따가운 시선과 질타보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부터 챙겨보자. “왜 그런데는 가서…”,“일 끝나면 빨리빨리 집에나 들어가지”라는 말 보다 “이번 기회에 몸관리 잘하고 재충전 잘하고 돌아와. 우리는 괜찮아”라는 말 한마디가 코로나 보다 더 무서운 ‘혐오’바이러스를 잠 재우는 길일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코로나 시대를 직면한 성숙한 시민의 모습이다.